춘분과 함께 시작된 노루즈
유학생들과 새날 축하하고
삶과 희망 나누는 특별한 날
다양성 존중 요구되는 지금
노루즈의 정신 되새겨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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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정 캐나다 사스카추안대 교수 |
페르시아력의 설날인 노루즈(Nowruz) 축제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인류무형문화유산의 하나이다. 이란과 아프가니스탄, 터키, 중앙아시아 등 실크로드 문화유산권의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노루즈는 춘분과 함께 새해가 시작되며 올해는 3월20일 오전 3시에 해당된다. 캐나다에서는 춘분이 공식적인 봄의 시작이기도 하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북미 지역에 본격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2020년 3월, 우리대학이 온라인 수업으로 전격 전환한 바로 다음 주가 노루즈였다. 당시만 해도 페르시안 새해라는 게 따로 있다는 것조차 몰랐는데 대학원 수업에 이란 유학생들이 많았고, 듣도 보도 못한 코로나19 팬데믹의 공포와 갑작스러운 온라인 수업 전환으로 인한 혼란의 가운데 가족 없이 객지에서 새해를 맞게 된 학생들 이야기에 마음이 짠했다. 학생들에게 줌 화상회의로 함께 새해 축하를 하자고 제안했고 각자의 집에서 접속한 학생들은 'Haft-sin(해프트 신)' 테이블을 비롯해 각자의 새해 축하모습을 나누어 주었다. 마늘, 사과, 동전 등 S에 해당하는 이란어로 시작하는 7가지 음식을 차리는데 건강, 아름다움, 부와 번영 등 각각의 상징이 있다고.
올해는 더 특별한 노루즈를 맞게 되었다. 우리 학과에서 주최하는 페르시안 설날 행사를 단과대 학생들을 초대하여 바로 내일 치르게 되었기 때문. 지난 주말에는 이란 대학원생과 함께 노루즈를 위한 특별 장이 섰다는 곳에 가서 해프트 신에 올릴 재료도 샀다. 캐나다 연방정부가 유학생 비자 쿼터를 줄이는 등 유학과 이민에 대한 정서가 호의적이지 않은 요즘, 특히 국제학생들에 대한 지원과 커뮤니티 형성을 위한 행사인 만큼 학생들이 주인공이 되도록 함께 준비하는 과정이 분주하기도 하나 보람있다. 음료수 구입을 맡은 동료는 미국에서 제조되는 제품이 아닌 캐나다산으로 구매하겠다고 했다.
고대 페르시아의 종교였던 조로아스터교에서 유래한 노루즈. 밤과 낮의 길이가 같아지는 춘분, 이후 낮이 더 길어지는 시기에 광명의 신이 암흑의 신을 압도했다는 믿음에서 축제를 즐기기 시작했다는 페르시안 설날은 봄의 시작과 함께 맞이하는 만큼 삶과 재생, 희망 등을 상징한다고. 그 어느 때보다 사랑과 공감, 평화라는 공통성에 기반한 다양성의 존중이 요구되는 듯한 지금의 지구촌, 올봄에는 노루즈 정신을 함께 되새겨봐도 좋지 않을까.
봄이다. 복된 새날 맞으시길. Nowruz Mubarak (노루즈 무바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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