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50321010002301

영남일보TV

[Book Talk] 첫 동시집 '범고래 씨 인터뷰' 펴낸 대구출신 이대일 시인

2025-03-21

"지구별 막내 인간, 더불어 사는 삶의 태도 배워야"

소외된 존재에 깊은 관심 갖다보면

그들 목소리 듣고 고통 이해하게 돼

우연히 살인 돌고래 이야기 접한 후

그 느낌 붙잡아 동물 관련된 동시로

[Book Talk] 첫 동시집 범고래 씨 인터뷰 펴낸 대구출신 이대일 시인
〈이대일 시인 제공〉
'끝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글쎄요/ 아 참! 어느 날 한 꼬마가 저를 보고는/ "와! 범고래다." 하더라고요.// 범고래?/ 그게 뭐죠?' ('범고래 씨 인터뷰' 중)

대구에서 태어나 경북 성주에 살고 있는 이대일(54) 시인이 동시집 '범고래 씨 인터뷰'를 펴냈다. 2021년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 수상 이후 첫 작품이다. 삶과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직시하면서 생명과 자연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보낸다. 지구별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존재들에 대한 관심과 연민이 담겨 있다. 그는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며 50세에 늦깎이로 등단했지만, "끝까지 동시를 쓰다 책상 위에서 죽을 수도 있지 않을까"라며 젊은 시인들 못지 않게 열정을 보였다. 그와 만나 첫 동시집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다.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 수상 이후 첫 동시집이다.

"동시집을 출간한 소감은 감사함이다. 동시 쓴다고 아내가 오랜 시간 많이 소외됐다. 그럼에도 함께 살아줘 고맙다. 시 쓰는 법을 가르쳐주신 선배 시인님들, 시를 물어다 준 아이들, 저를 뽑아주신 남호섭·김재곤 선생님, 시집을 만들어주신 창비어린이 편집부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동물과 관련된 시들이 특히 눈에 띄는데.

"동시를 쓰기 위해 유튜브 영상, 그림책, 어린이 도서, 자연과학 도서 등을 즐겨본다. 그러다 우연히 살인 돌고래라 불리게 된 미국 시월드의 틸리쿰의 이야기를 접하게 됐다. 이후 관련 자료를 더 검색해서 읽었고, 그 후의 느낌을 붙잡아 동시를 썼다. 천지가 창조될 때 인간이 가장 마지막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막내라서 그런지 지구별에서 함께 살아가는 생명들에 대해 존중이 없는 것 같다."

▶상당히 많은 시가 타자의 고통에 대한 연민을 기저에 깔고 있다. 동시를 통해 타자의 아픔을 떠올리고 드러내는 작업은 어떤 의미인가.

"동시는 원래 소외된 존재들을 향해 깊은 관심을 가진다. 자연스럽게 그들의 목소리를 듣게 하고, 고통을 이해하게 한다. 그래서 세상을 더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 창과도 같다. 저를 포함해 독자들이 동시를 통해 공감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태도를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 그때 동시는 단순한 문학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엄마는/ 곧, 나비가 된대요// (중략) 엄마, 잘 가/ 안녕/ 아빠는 내가 잘 지킬게….' ('나비' 중)

▶가장 애착을 갖는 작품은.

"'나비'다. 창비어린이 신인상을 받게 해준 작품이기 때문이다. 당시 장모님께서 돌아가셨다. 초등 3학년 교과 과정에 애벌레를 키우는 학습이 있는데, 아이들과 애벌레를 키우던 시기였다. 애벌레가 나비로 자라 날아가는 과정을 지켜보는데, 그게 장모님의 마지막 모습과 겹쳐졌다. 장례식장에서 처제가 '엄마, 잘 가. 아빠는 내가 잘 지킬게'라고 하더라. 그 말이 가슴 깊이 남았다. 이 세 가지 경험이 합쳐져 나온 시다."

▶앞으로의 작품 활동 계획이나 목표가 궁금하다.

"SF(공상과학) 동시를 써보고 싶다. SF 동화는 많지만 SF 동시는 없다. 무늬만 SF 동시를 쓸까 두렵고, 다른 실력 있는 시인께서 저보다 먼저 쓰실까 신경도 쓰이지만. 아마도 두 번째 시집이 나오면 예순에 가까운 나이가 될 수도 있을 텐데, 나이가 들수록 감각이 떨어질텐데…. 괜찮다. 받아들일 수 있다. 이미 동시는 제게 행복을 줬다. 영화 '자산어보'를 보면 주인공 정약전은 끝까지 글을 쓰다 죽음을 맞이한다. 저도 끝까지 동시를 쓰다 책상 위에서 죽을 수도 있지 않을까."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조현희

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