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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일 칼럼] 대만 여배우의 탄핵 방문기

2025-03-24

홍콩의 반체제 파룬궁

샌프란시스코의 게이집회

한국 탄핵집회 엿본 여배우

궁금증 아래에는 용광로가

과두제 꿰뚫는 대중의 안목은

[박재일 칼럼] 대만 여배우의 탄핵 방문기
논설실장
오래전 홍콩을 여행하다 당시로써는 다소 기괴한 집회와 마주했다. 알고보니 파룬궁이었는데 이게 정치적으로 굉장히 민감했던 모양이다. 중국 본토 정부가 벼르는 일종의 반체제 단체였다. '홍콩의 밤거리'란 낭만적 유행가 가사와는 다른 홍콩이구나 했다.

20여년쯤 전인가. 미국 땅을 처음 밟았는데 샌프란시스코였다. 미국 지방자치를 취재하러 찾아가던 시청 가는 길은 아침부터 기지개를 켜는 노숙자들로 가득 찼다. 주변에 주사기가 널린 장면은 꽤나 기괴했다. 그날 대낮의 샌프란시스코는 한 술 더 떴다. 거리 행진, 그러니까 집회시위가 펼쳐졌다. 너무나 생소한 게이 집회였다. 미국 전역에서 몰려왔다. 호텔 방값이 오른 이유다. 이들의 주장을 지지하던 당시 시의원 개빈 뉴섬이 지금의 캘리포니아주지사다. 참고로 그는 동성애 결혼을 최초로 합법화했다.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현지의 예기치 않은 집회 시위는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탄핵 관련 기사를 보다 미끼성 제목에 눈이 꼽혔다. '대만 여배우의 한국 탄핵 소감'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참가했던 감상을 SNS에 올린 대만 걸그룹 출신 배우 황차오신(38)인데, 한국 탄핵집회에 오니 너무나 진기했다는 게 대체적 내용이다. "떡볶이를 비롯해 푸드트럭에 온갖 먹거리가 있고, 이게 다 공짜다. 플래카드가 내걸리고 초대형 야유회 같다"고 했다. 남의 나라 일에 경솔했다고 대만 현지에서 논란이 돼 삭제했다 다시 올렸다나. 그 뒤 결말은 알 바 아니다. 아무튼 그의 탄핵 감상기는 경쾌하다. 기왕이면 탄핵 반대 집회도 올렸으면 그런 생각도 들었다.

세계가 지구촌(村) 시대로 불린 지 오래다. 이쪽 나라의 유행은 다음 날 저쪽 나라를 휩쓴다. 주고 받는 영향력이 크다. K-POP, K-컬처가 동남아에, 유럽에, 아메리카 대륙으로 실시간 퍼진다. 관심 갖지 말라 해도 나라별 호기심이 유발되는 시대다. 21세기 BTS의 나라에 계엄령이 선포됐다니 한국의 안부가 궁금한 외국인도 많다. 이건 낭만적 표현이고 진지한 이들, 예를 들면 많은 해외 정치학자들은 지금 대한민국을 주목한다. 세계를 휩쓰는 극단적 양극화 시대에 민주주의가 후퇴한다는 진단 때문이다. 한국이 딱 시범 케이스로 등장했다. 여배우가 관찰한 예쁘고 대형야유회 같은 탄핵집회 내피 속에는 용광로가 끓고 있다. 연구대상이란 의미다. 80년대 한국의 시위는 CNN단골 뉴스였다. 먼 일이 된 그 복고풍 정치가 행여 돌아오는 걸까. 주한 외국 대사관들은 자국 여행객들에게 한국의 집회 시위에 연루되지 말라고 경고한다.

난 탄핵정국이 좀 더 '지성적'으로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욕설도 자유고, 불복도 자유다. 서로 때리고 부수지는 말았으면 한다. 대통령의 운명에 아까운 내 인생을 왜 걸어야 하는가. 말도 지나치다. 밤길 조심하란 식의 언어는 특히 거뒀으면 한다. 같은 말을 하더라도 유머라도 섞으면 어디가 덧날까.

우리가 지성적일 때 끓는 피의 집회는 유머로 치환될 수 있다. 지금은 21세기, 그들도 우리처럼이란 포용의 시대는 열릴 수 없는 걸까. 끝까지 내 주장이 옳다며 상대에게 삿대질하는 이들에게 이 말이 도움이 될까 모르겠다. '결국 통치하는 자는 소수다(로베르토 미첼스, '과두제의 철칙'). 그들은 끼리끼리 권력을 주고 받는다. 거리에서 목소리를 높이던 시민은 늘 빈손이다. 대중의 안목이 필요하다. 정치 본질을 꿰뚫어 보는 관조다. 봄철 지뢰밭마냥 터지는 산불처럼 여름도 오기 전에 온 국토가 벌써부터 너무 뜨거워 보인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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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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