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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능선서 시작된 불 순식간에 번져 부모 묘소까지 타버렸다”

2025-03-24

[현장취재] “능선서 시작된 불 순식간에 번져 부모 묘소까지 타버렸다”

23일 경북 의성군 의성체육관에 마련된 산불 이재민 대피소에 주민들을 위한 간이 텐트가 마련돼 있다. 오주석 기자

[현장취재] “능선서 시작된 불 순식간에 번져 부모 묘소까지 타버렸다”

간이 텐트 안에는 이재민을 위한 침구류 등이 준비돼 있다. 오주석 기자

23일 오전 의성군 안평면 신원리 마을 입구. 매캐한 연기가 가득해 앞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도로와 하늘에선 소방차와 산림청 헬기가 수시로 오가며 긴박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멀리 화마가 휩쓸고 간 산 능선 곳곳엔 시커먼 그을음 자국이 선명했다.

최초 발화 지점인 의성군 안평면 일대는 그야말로 초토화 된 상태였다.

현장에서 불길을 목격한 이계순(82·의성군 안평면 신원리) 씨는 “산 능선에서 불이 시작돼 거짓말처럼 순식간에 번졌다"며 “다행히 집 앞까진 불길이 닿지 않았지만, 산소에 모신 부모님 묘가 모두 타버렸다"고 안타까워했다.

최경욱(63·의성군 단촌면 세촌리) 씨는 “산불로 복숭아밭이 피해를 입었다"며 “생육기 중에 잿가루가 날려 과일 수확도 어려울 것 같다"고 토로했다. 주민 김모씨는 “냄새도 너무 심하고, 잔불이 다시 번질까 걱정"이라며 “정비 작업을 순조롭게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북도에 따르면 이날까지 확인된 전소·소실 건축물은 총 94동이다. 이 중 의성군 안평면이 42동으로 가장 많았고, 의성읍(25동), 점곡면(23동)이 뒤를 이었다.

같은날 오후 2시쯤 경북 의성군 의성체육관에는 전날 산불을 피해 이곳으로 대피한 수백명의 주민과 요양병원 환자들이 모여 있었다. 이들은 체육과 내부에 마련된 1.2평(가로·세로 2m) 크기의 텐트에서 잠시나마 휴식을 취했다.

주민 대부분은 급하게 피신하느라 옷가지 몇 벌만 챙겨나온 듯 보였다. 정길자(75·의성읍 업리) 할머니는 “산은 물론이고 주변 쓰레기장에도 불이나 깜짝 놀랐다. 막 대피하라고 하길래 급하게 나온 뒤 이곳에서 머물고 있다"며 “집이 얼마나 탔을까 걱정돼 빨리 집에 가고 싶다"고 했다.

대피소 곳곳에는 외국인 근로자의 모습도 보였다. 스리랑카 출신 사나카(37)씨는 “기숙사에서 쉬고 있었는데 산 옆으로 연기가 자욱하게 퍼졌다"며 “불이 꺼지기 전까지는 출근 없이 이곳에서 대기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의성군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의성읍과 점곡면, 옥산면 일대 주민 39가구 160명이 의성체육관에 대피해 있다. 의성E행복한 요양원 입소자 62명도 함께 이동해 대피소에서 생활 중이다.

요양보호사들은 어르신들에게 죽을 떠먹이고 옷을 정리해주는 등 돌봄을 이어가고 있다. 요양원 직원 최은주(62·대구 북구) 씨는 “전날 불이 요양원 바로 앞까지 번져 급히 어르신들을 대피시켰다"며 “현재 일손이 많이 부족해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대피소에는 '통합 정신건강 심리지원센터'도 함께 운영되고 있다. 상담사들은 불안한 마음에 뜬 눈으로 밤을 지샌 주민들의 마음을 다독였다. 한 상담사는 “어르신들 대부분이 80세가 넘어 이번 화재에 적지않은 충격을 받을셨을 것"이라며 “상담사들이 직접 찾아다니며 심리지원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손창원 의성군 통합돌봄과장은 “일부 요양원 어르신들의 경우 환경 변화로 혈압이 오르는 등의 문제가 있어, 보건소를 통해 응급약품을 급히 지원하고 있다"며 “어르신들이 대피소에 지내는 동안 안심하게 지낼 수 있도록 성심껏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의성 왜가리생태관 대피소 상황도 마찬가지다. 급하게 대피한 주민들은 지금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김태원(79·신평면 검곡리) 씨는 “이장 연락을 받고 산 아래 집이 위험하다는 말을 듣고 급히 대피소로 왔다"며 “어제 저녁부터 대피소에서 지냈고, 불이 꺼졌다는 말을 듣고 오전에 집으로 갔으나, 다시 불길이 번져 점심때 다시 돌아왔다"고 했다. 그는 이어 “약도 챙기지 못할 정도로 급히 나왔고, 언제까지 대피소에 머물러야 할지 막막하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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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석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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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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