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자기결정권의 가치](https://www.yeongnam.com/mnt/file_m/202503/news-p.v1.20250325.eab1739d317347ad8eaaf2f069be66db_P2.jpg)
박영빈<달서가족문화센터 운영지원팀장>
공연팀 섭외를 위해 예술인들을 만날 때가 종종 있다. 성악, 국악, 기악, 무용, 연극 등 분야도 다양하다. 이들은 보통 예술 분야를 전공하고 개인 또는 팀을 결성하여 프리랜서로 활동한다. 어느 한 연주자가 “안정적인 수입이 있으니 부러워요." 나는 기다렸다는 듯 대답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시니 행복해 보여요." 이 말에 상대방은 무언의 긍정적 눈빛을 보낸다. 하고 싶은 일을 한다면 행운이다. 적어도 예술을 전공으로 택한 이들이 억지로 이를 업으로 삼진 않으리라.
학창시절, 부모님은 항상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말씀하셨다. 서운했다.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나도 모르겠는데 자꾸 원하는 것을 하란다. 대신 찾아주길 바랐다. 그럴수록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대학은 성적에 맞춰 갔지만 전공은 적성에 맞춰갔다. 언론정보학과를 갔다. 학보사 학생기자로 활동했다.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통해 시드니 교민신문사 취재기자를 경험했다. 모두가 다 나의 선택이었다. 책임감이 따랐기에 열심히 살았다.
작가 유시민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자기결정권'이라 한다. 그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신의 삶을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방식이 최선이어서가 아니라, 자기 방식대로 사는 길이기 때문에 바람직한 것'이라고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의 말을 빌어 강조했다. 대학 졸업 후 진로에 대해서도 내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학보사를 통해 취재원을 만나고 인터뷰 기사를 쓰면서 기자가 적성에 맞고 좋아하는 일이란 걸 알았다.
하고 싶던 기자는 되지 못했다. 서른 즈음 시립예술단 홍보담당으로 입사했다. 전공과 다르게 예술아카데미를 맡았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면서 나에게 물었다. 하고 싶은 일을 못 하는 불행한 삶인가? 행복했다. 기사의 유형으로 보도자료가 있다. 어떤 부서든 보도자료 쓰기는 기본이었다. 기자가 취재원 만나 기사를 쓰듯, 수강생들의 이야기를 반영해 프로그램을 짰다. 내가 쓴 기사를 많은 이들이 읽기 바라듯 내가 준비한 교육 프로그램을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길 바랐다.
직장인이지만 지금 하는 일에 만족하며 산다. 문화센터에서 일하리라곤 생각도 못했다. 자기결정권에 따라 흘러왔다. 기자를 꿈꿨으면서 홍보담당으로, 교육담당에서 문화센터 팀장으로 무늬는 다르지만 모두가 다 같은 일이었다. 현재는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문화강좌든, 특강이든, 공연이든 형태는 달라도 사람들에게 힐링이 되고, 웃음이 되고, 감동이 되는 일이다. 직무가 바뀌는 위기는 또 다른 도전과 기회로 삶의 권태를 비켜갔다. 직장인이어도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다.
박영빈<달서가족문화센터 운영지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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