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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산불 피해 주민 마음부터 살피는 안동시청 여직원들

2025-03-26 22:20
[르포]산불 피해 주민 마음부터 살피는 안동시청 여직원들

26일 오후 경북 안동시 길안면 한 마을 주택이 마치 폭격을 맞은 듯한 모습처럼 처참한 광경이다.

[르포]산불 피해 주민 마음부터 살피는 안동시청 여직원들

26일 오후 경북 안동시 길안면 한 마을 주택이 마치 폭격을 맞은 듯한 모습처럼 처참한 광경이다.

[르포]산불 피해 주민 마음부터 살피는 안동시청 여직원들

26일 오후 경북 안동시 길안면 한 마을 주택이 마치 폭격을 맞은 듯한 모습처럼 처참한 광경이다.

[르포]산불 피해 주민 마음부터 살피는 안동시청 여직원들

26일 오후 경북 안동시 길안면 한 마을이 마치 폭격을 맞은 듯한 모습처럼 처참한 광경이다.

“내가 불을 낸 것도 아닌데, 마치 내가 불을 지른 것 같다. 자식들에게 손을 벌리게 된 것 같아 정말 미안하다"

26일 산불이 옮겨붙어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경북 안동시 길안면의 한 마을에 거주하는 80대 할머니가 피해 조사를 나온 안동시청 여직원에게 눈물을 흘리며 내뱉은 하소연이다. 할머니가 살고 있는 길안면 한 마을은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안동에서 가장 먼저 옮겨붙은 곳이다. 거센 화마는 삽시간에 할머니의 집을 비롯해 인근 주택 7가구를 한꺼번에 집어삼켰다. 마을 주민 대부분이 급하게 대피하느라 아무것도 챙기지 못했다. 전날 대피소에서 뜬눈으로 밤을 새운 할머니는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집 앞에 망연자실한 채 주저앉아 있었다.

이날 오전부터 산불로 인한 민가 피해 규모 조사와 추가 인명 피해 여부, 주민 대피 계도 등을 위해 현장에 급파된 안동시청 신성장산업과 여직원들도 마을 초입에서부터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평생 보지 못했고, 상상도 해보지 못한 장면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마을의 처참한 광경에 모두들 당황했다. 불에 타 뼈대만 앙상하게 남아있는 주택과 털이 탄 채 돌아다니던 강아지의 모습은 이들에겐 충격 그 자체였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보던 장면을 현장에서 직접 목격한 것은 처음이었다. 놀란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마을은 짙은 연무로 뒤덮여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잿더미 사이로 멀쩡한 가재도구를 하나라도 더 챙기려는 주민들의 모습은 이들의 가슴을 옥죄었다.

불탄 집 마당에 주저앉아 큰 소리로 울고 있는 할머니. 이들은 조사 업무도 잊은 채 할머니에게로 향했다. 한참 동안 할머니를 위로했다. 대형 산불이라는 재난 앞에서도 모든 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할머니의 모습에 어린 여직원은 함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할머니의 처지가 안타까운 것도 있었지만, 위로밖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가 너무 답답해서였다. 몇몇 여직원은 흩어진 잿더미를 뒤졌다. 혹시라도 사용할 수 있는 생필품을 건질 수 있는지 먼지를 덮어쓰며 잿더미 곳곳을 훑었다. 워낙 큰 불이라 별다른 소득은 없었지만 쓸 수 있는 가재도구는 최대한 모아 할머니에게 전달했다.

연신 고마워하던 할머니는 이들과 함께 가까운 대피소로 향했다. 할머니 바로 옆집에 있던 한 할아버지는 이들이 시청직원이라는 말에 무턱대고 화부터 냈다. “집이 다 타도록 지금까지 어디 있다가 이제야 나타났나"며 격앙된 목소리로 이들을 맞이한 것이다. 화를 내는 어르신이 불편할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여직원들은 친손주 같은 모습으로 반응했다. 이들의 모습에 할아버지도 머쓱했던지, 금세 격앙된 표정을 풀고 직원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한 직원은 “어르신이 대부분인 시골이라 고집을 피우거나, 화를 내시는 어르신이 종종 있다"며 “대다수가 순수해 조금만 대화하면 언제 화를 냈냐며 미소를 짓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날도 아직 산불이 종료된 상황이 아니라 집에 있으면 더 큰 피해가 생길 수 있다며 일일이 설득했다"면서 “이후 모두 협조해 줘서 다시 대피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렇게 마을을 누비며 이들이 이날 하루에만 대피시킨 주민들이 20여 가구 40여 명에 달했다. 대부분 거센 불길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뒤 다시 집으로 돌아와 있던 어르신들이었다. 이들을 따라 둘러본 마을은 마치 폭격을 맞은 것처럼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곳곳에서 매캐한 연기가 올라오고 있는 데다, 단수는 물론 통신마저 두절된 상태였다. 제대로 된 복구는 고사하고 응급 복구에만도 엄청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였다. 그나마 안동시청 신성장산업과 여직원들이 다녀간 마을 어르신들의 표정에선 절망보단 희망이 싹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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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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