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 늦어지면서 안동 2명, 청송 3명, 영양 6명, 영덕 7명 사망
강풍 만나 삽시간에 수십㎞ 이동…의성과 멀수록 피해 커져
![[경북 산불 대재앙] 25일 저녁~26일 새벽 사상자 급증한 이유는?](https://www.yeongnam.com/mnt/file_m/202503/news-p.v1.20250326.f1ad3764262b424ca99b3d2c3d382a81_P1.jpg)
산불을 피해 대피 중이던 실버타운 입소자 3명이 차량 화재로 숨졌다. 남두백기자
경북 의성에서 시작한 초대형 산불이 경북 북부권을 넘어 동부권인 영덕까지 번지면서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지난 25일 밤과 26일 새벽 사이 사상자가 집중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6일 산림청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현재 의성·안동·영양·청송·영덕 등지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해 16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됐다. 지역별 사망자 수는 안동 2명, 청송 3명, 영양 6명, 영덕 7명이다.
부상을 입은 이는 모두 7명으로 이 중 한 명은 중상자로 분류된다. 이들은 모두 지난 25일 밤부터 26일 새벽 사이 화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22일 의성 안평면 괴산리 한 야산에서 시작한 불로 인해 사흘간 별다른 인명 피해가 보고되지 않았다. 소방관 한명이 구토 증상을 호소해 이송된 것이 전부였다.
갑작스레 사상자가 늘어난 것은 다름아닌 바람이었다. 강풍을 타고 예측 불가능한 속도로 빠르게 이동한 불길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저녁 순간 최대 초속 20m 강풍을 탄 불길은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날뛰며 동진했다. 불티가 날아올라 안동에서 청송과 영양으로 또 영덕으로 옮아 붙었다. 불과 몇시간만에 불길이 수십㎞를 이동한 셈이다.
사흘동안 천천히 움직이던 산불이 불과 몇 시간만에 영덕까지 번질 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만큼 대비가 충분치 못했던 것이다. 실제 의성과 거리가 먼 곳일수록 사망자 수가 많았다. 또 사망자 대부분은 급박한 대피 과정에서 변을 당했고, 연령대도 50대 이상의 장년·고령층이 많았다. 여기에 숲과 인접한 곳에 생활하던 분들이 급히 좁고 굽은 국도길을 빠져나오려 했지만 강풍 한번에 수 ㎞씩 날아가는 비화(飛火·불똥이 강한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현상)보다 빠르지 못했다. 이미 탈출로가 화마로 뒤덮혀 참변을 당한 것이다.
첫 희생자인 65세 남성 A씨는 전날 오후 7시쯤 청송군 청송읍 한 도로의 외곽에서 불에 탄 시신으로 발견됐다. A씨는 산불 대피령을 보고 차량으로 긴급 대피하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덕에선 실버타운 입소자들이 탄 차량에 산불이 붙어 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영양군 석보면에서도 전날 밤 11시쯤 불에 탄 남녀 시신 4구가 도로에서 발견됐다. 이 중 50·60대 남녀 3명은 일가족으로 대피 중 차량이 전복돼 참변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25일 새벽 안동에서도 대피 중 차량에 불이 붙어 50대 여성 B씨가 목숨을 잃었다. 대다수가 조금만 더 빨리 대피를 했더라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또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이 미쳐 피하지 못하고 숨지는 경우도 있었다. 청송군 진보면에 거주하는 70대 C씨의 사례다. C씨의 동생이 대피 명령이 내려지자 그를 찾아갔으나 이미 숨진 상태였다.
이와관련 김종근 산림청 대변인은 “대피명령 당시 교통사고로 인해 대피를 못하거나 불이 급속도로 번지는데 대피하지 못하는 상황이 많아 피해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손창호 경북경찰청 치안정보과 광역정보 2팀 정보관은 “의성 경우 불이 사흘간 계속되면서 주민 대피가 빨리 이뤄졌는데 불길이 워낙 급속도로 번지다 보니까 안동이나 청송, 영양, 영덕 등지 주민들의 대피는 상대적으로 늦었다"며 “재난 문자나 언론에서 대피 명령이 전달되면 즉시 대피하는게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종진

오주석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