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뉴스] 산불은 꺼졌지만… 영덕 주민의 삶은 아직 멈춰 있다](https://www.yeongnam.com/mnt/file_m/202503/ams.001.photo.202503290401157950420513_P1.jpg)
경북 북부 산불이 발생한 지 일주일째인 3월 28일, 영덕의 하늘 아래 풍경은 정적 속에 깊은 상흔을 품고 있었다. 불길은 의성에서 시작돼 안동과 청송, 영양을 지나 26일 끝내 동해안의 관문, 영덕에 도달했다. 불은 산을 타고 마을을 덮쳤고, 75km를 가로질러 4만5천여 헥타르의 산림과 주민들의 삶터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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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영덕에는 2.3mm의 단비가 흩뿌렸다. 결코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건조했던 대기를 적시며 불길의 확산세를 꺾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산림 당국은 이날 주불 진화를 공식 발표했고, 그제서야 멈춰 있던 복구의 톱니바퀴가 조심스럽게 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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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불길이 도달한 해안 마을 중 하나인 영덕읍 노물리는 주택 수십 채가 불에 타 내려앉았고, 골목은 회색 잿빛으로 변해 있었다. 목조 가옥들은 외벽만 남긴 채 뼈대처럼 서 있었고, 타다 남은 생활의 흔적들이 집 앞과 길목마다 흩어져 있었다. 마을은 마치 시간마저 정지된 듯, 깊은 침묵에 잠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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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선을 따라 이어진 산등성이에는 연무가 걷히지 않았고, 붉은 석양은 낮게 깔렸다. 정상 가동을 멈춘 풍력발전기들은 산등선에 정지된 채 서 있었고, 불길이 지난 산길은 검게 벼려 있었다. 자연과 기술, 재난과 침묵이 한 화면에 겹쳐지는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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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민들은 인근 체육관에 마련된 임시 텐트에서 밤을 보내고 있다. 천막 안에 나란히 누운 가족들의 모습은 불길 이후의 현실을 고요하게 증명하고 있었다. 불은 꺼졌지만 삶은 아직, 그 자리에 돌아오지 않았다. 잿더미 위의 일상은 이제 막 복구라는 이름의 서막 앞에 서 있다.

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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