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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왜 상처에 소금을 뿌리나

2025-03-31

전국 휩쓴 조각상 사기행각에 피해 입은 청도군

군수 사과하고 공직자들 "더욱 꼼꼼하게" 자성

감시·견제, 필요한 '소금'이지만 과해선 안 돼

[취재수첩] 왜 상처에 소금을 뿌리나
박준상기자 (사회3팀)
지난해 '낭만어부'라는 밈이 인기였다. 2015년 KBS 다큐멘터리 '3일'에 문어잡이배 선장이 출연했는데, PD가 "선장님의 어릴 적 꿈은 무엇이었습니까"라고 물었다. 선장은 "왜 또 아픈 상처에 소금을 뿌리십니까"라며 국문학도를 꿈꿨다며 시 '낙화'와 '사모'를 읊는다. 꿈을 이루지 못한 선장에게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은 아픈 기억을 불러 온다. 당연히 PD가 소금을 뿌릴 생각으로 그런 질문을 한 것이 아님을 안다.

프랑스에서 대학 교수로 활동했다는 최바오로는 전국 천주교 주요 성당과 성지에 조각상을 설치했다. 그는 철공소와 목공소에서 일했고 상습 사기죄로 교도소에도 갔다. 프랑스에서 교수로 생활했다던 시기엔 청송교도소에서 죄수복을 입고 있었다. 최바오로는 사기꾼이며 전국 주요 성당·성지의 조각은 모두 사기 행각의 도구일 뿐이다. 그 사기꾼은 청도군 역시 피해자로 삼았다. 최근 또다시 최바오로의 사기 행각이 알려지자 이때다 싶어 견제와 감시를 이유로 약 3억원 상당의 사기 피해를 입은 청도군에 건설적이지 않은 비난을 수차례 전파로 내보냈다. 3억원,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7천억 예산 시대를 연 '문화예술관광허브도시 청도'로의 꿈이 사기 사건 탓에 이루지 못한 낭만으로 남아서야 되겠나.

지난해 2월 김하수 청도군수는 공식적으로 "사려 깊지 못한 행동으로 군민에게 심려를 끼쳤다"며 사과했다. 김 군수를 필두로 이 아픈 기억을 떠올리며 더욱 꼼꼼한 행정을 다짐하는 목소리도 군청 곳곳에서 나온다. 또 김 군수는 최근 주민들 앞에서도 "차 한 잔 얻어 마신 적, 10원짜리 동전 하나 받은 적 없다. 그런데도 '뇌물로 받았다'는 악성 루머가 가득했다"고 거듭 밝혔다.

행정의 책임자가 세심함이 부족했다고 인정했고, 책임자로서 경북도의 감사와 경고를 받았다. 어찌됐든 사실이자 결론은 청도군이 피해를 입었다는 점이다. '자, 인정도 했고 감사도 받았으니 이제 그만하자'라는 말이 아니다. 틀린 말을 했다고 하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그러게 조심했어야 하지"라는 태도의 비난을 반복하는 것은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일 아닐까. 성경에도 소금이 나온다. 세상에 꼭 필요하다는 상징적인 의미로 쓰인다. 지방정부와 공직자를 향한 보도도 역시 우리 사회의 소금이다. 아쉽다. 그 소금은 지속적인 네거티브 공세로 쓰일 것은 아니다. 상처에 소금을 뿌리고 또 뿌리면 청도 지역과 군의 공직자들을 더 아프게 하는 것 말고는 무엇이 남나. 지금은 소금이 아닌 상처를 보듬을 손길이 필요한 때다.

박준상기자〈사회3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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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상

새롭고 힘나는, 청도의 '생활인구' 박준상 기자입니다. https://litt.ly/jun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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