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주 심신열전] 대구시청 레슬링 이정은·박수진 선수](https://www.yeongnam.com/mnt/file_m/202504/news-p.v1.20250401.78c00b140f814c6f9ca9f853f296ffd8_P1.jpg)
지난해 열린 레슬링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이정은(왼쪽) 선수가 경기를 하고 있다.<이정은 선수 제공>
![[유망주 심신열전] 대구시청 레슬링 이정은·박수진 선수](https://www.yeongnam.com/mnt/file_m/202504/news-p.v1.20250401.3388d85a89a24916b1b011d0bd240c58_P1.jpg)
2023년 레슬링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박수진 선수가 상대를 제압하는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박수진 선수 제공>
레슬링은 인간의 원초적 싸움 방식인 몸싸움에서 유래된 스포츠다.
본능적 싸움이 남녀를 가리겠냐만은 여성들의 레슬링은 여전히 팬들에게 생경하다. 승부가 결정나는 6분여의 시간동안 몸을 부대끼며 상대를 제압하는 장면은 너무나도 힘들게만 느껴진다.
지난달 26일 대구시체육회 한 회의실에서 대구시청 여자 레슬링팀 53kg급 이정은(26)·76kg급 박수진(31) 선수를 만났다.
두 선수가 레슬링에 발을 들여놓은 건 우연이었다. 초등학교 때 육상, 태권도, 축구를 섭렵한 박수진 선수는 모친의 지인이었던 레슬링 코치가 권해 레슬링 선수가 됐다.
이정은 선수는 대구체고 2학년 때까지 육상을 하다 전향한 경우다. 무릎수술을 하면서 육상을 접어야 했던 때, 교내 레슬링 코치의 눈에 띄여 하루아침에 레슬링을 하게 됐다. 놀랍게도 전향 7개월만에 전국체전 55kg급에서 2위를 했다. 그는 “대진운이 좋았다"며 겸손해했지만, 선배 박수진은 깜짝 놀라며 “대단하다"고 치켜세웠다. 이정은은 “육상을 포기했지만 새로 시작한 레슬링이 너무 재밌었다. 정말 열심히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정은 선수는 지난해 헤럴드배 전국레슬링대회 1위, 국가대표 선발 등의미있는 성적을 냈다. 박수진 선수는 제105회 전국체전 3위, 아시안게임 국가대표(2022년)를 차지했다.
레슬링 선수들만의 고충이 궁금하다. 두 선수는 알면 알수록 레슬링이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왜 그럴까.
이정은 선수는 “나만의 기술을 만들어도 상대가 이 기술을 알아차리면 그냥 먹혀버린다. 요즘은 영상을 보면서 경쟁자의 기술을 미리 공부할 수 있다"면서 “필살기를 계속 업데이트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근데 신기술을 배워 체득하는 게 만만찮다. 몇 개월씩 매진해야 기술을 자연스럽게 구사할 수 있는데 한번에 먹히면 너무 허무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난 심리적 투지력이 부족하다. 질때 지더라도 상대의 코뼈라도 부숴버리겠다는 투지가 있어야 한다. 경기가 시작하면 돌변해야 하는데 난 그게 약하다"고 자신의 약점을 아쉬워했다.
체력훈련 때 몸의 고단함은 상상 이상이다. 트랙 400m 전력질주하며, 맨몸운동을 할 땐 상대를 어깨에 메고 100m를 왔다갔다 달린다.
반면, 몸을 회복하는 방법은 별 게 없다. 둘은 한의원, 목욕탕, 술 등이 피로회복 방법이라 귀띔했다.
마지막으로 올해 목표에 대해 묻자, 이정은이 먼저 답했다. “지난해 전국체전에서 예선 탈락했다. 올해는 무조건 1~3등을 따낼 것"이라고 야심차게 말했다. 박수진은 “내년 아시안게임 선발전에서 꼭 1등을 하고 싶다. 레슬링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만큼 절실하다"고 했다.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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