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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뉴스] 설치미술 작가 원선금씨의 ‘플라스틱 컵’으로 빚은 샹들리에

2025-04-02
[동네뉴스] 설치미술 작가 원선금씨의 ‘플라스틱 컵’으로 빚은 샹들리에

원선금 작가가 2025년 2월 수성아트피아 지역작가 공모 지원사업 A-ATIST! 개인전 'Festval' 플라스틱 컵 뚜껑으로 제작된 샹들리에 형태의 설치작품 'Plastic_planet' 시리즈를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원선금 작가 제공>

“플라스틱 컵을 작품 소재로 쓰면 괜찮겠다 싶어 시작했어요. 멀리서 봤을 때는 샹들리에, 가까이서 보면 컵 뚜껑입니다. 관람객에게 시각의 반전을 전하고 싶었어요." 설치미술 작가 원선금(43·대구 북구 연경동)씨는 경일대에서 섬유공예를, 경북대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2019년 대구 봉산문화회관에서 연 첫 개인전 'RE:PLAY'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개인전 3회, 단체전 23회를 포함 총 26차례의 전시회를 가졌다. 원씨가 주로 다루는 소재는 플라스틱 컵, 패키징 박스, 쇼핑백 등이다. 플라스틱이나 일회성 소비재를 모아 세척한 후 최소한의 가공(제작)을 통해 예술품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일회용 소비재를 작품 소재로 쓰는 이유는 단순하다. 가장 많이 버려지고 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 폐기물이 작가의 손을 거쳐 재해석 되는 셈이다. 원씨가 일회성 소비재에 관심을 갖게 된 때는 대학원 시절 과제를 준비하면서다. 과제에 집중하기 위해 매일 커피를 마시다 보니 어느새 주변에 플라스틱 컵이 쌓이기 시작했다. 그는 “모인 컵을 씻는 과정에서 투명 플라스틱 컵이 빛을 받아 반짝이는 것을 발견하게 됐다"며 “이때부터 투명 플라스틱 컵 6천 개를 모아 하나하나 세척하고 닦고 말려서 석사학위청구전(展)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원씨가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회 중 첫손에 꼽는 것이 바로 이 석사학위청구전이다. '다시 되돌린다. 새로운 모습으로 리플레이한다'라는 의미로 이름붙인 'RE:PLAY'전에서 그가 사용한 플라스틱 컵의 개수는 무려 4천여 개에 이른다. 자신이 모아둔 6천 개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셈이다. 플라스틱 컵을 3m 높이의 숲 형태로 설치한 후 반딧불이 발광 영상을 설치했다. 하지만 입체작품인 데다 너무 큰 작품을 기획했던 탓에 대관 기간 일주일 중 설치하는 데만 이틀 반을 보내야 했을 정도로 힘들었다.

첫 전시를 계기로 큰 공부를 하게 된 작가는 대구·서울 등을 오가며 다양한 활동을 이어갔다. 특히 2021년 대구 북구 어울아트센터(읍내동) 야외공원에서 플라스틱 컵 뚜껑으로 제작한 샹들리에 'Plastic-Planet-M'을 전시해 주목받았다. 한 달간 전시된 이 작품은 실외에 설치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조명과 자연광에 의해 유리처럼 빛나는 플라스틱의 반전은 행인 등 주민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원씨는 그동안 주변 사람들한테 “그거 가지고 뭐 하는데"라는 비아냥 섞인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심지어 예술작품으로 생각하지도, 인정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묵묵하게 이곳저곳에서 모아온 컵을 세척하고 말리는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내가 할 수 있는 건 미미하지만, 내 선에서 할 수 있는 걸 하는 것"이라며 “개인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집중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관람객이 공감을 많이 해줄 때 힘을 얻는다. 지금처럼 재미있는 전시를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한편 원씨는 한 번도 어렵다는 '레시던시(Residency)' 공모에서 세 번째 선정돼 '대구예술발전소 2025년도 15기 입주작가'로 또 다른 작품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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