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 신속 피해 조사단 운영…재난지역 지방세 유예·농어촌진흥기금 무이자 융자
경북 의성군 단촌면 후평리 한 마늘밭에서 농부가 제초제를 뿌리고 있다. 마늘밭 뒤 이웃주민의 집이 폐허로 변해 있다. 영남일보 DB
검게 그을린 소나무 기둥 사이로 윙윙거리는 드론 소리가 적막을 깼다. 2일 오전, 산불이 휩쓸고 간 경북 북동부 산간 마을은 유독 가스가 채 빠지지 않은 매캐한 공기로 가득했다. 마을 어귀에 멈춰 선 조사 차량 옆으로 방진복을 입은 조사관들이 라이다(LiDAR) 장비를 설치하느라 분주히 움직였다. 한때 푸르렀던 산등성이는 앙상한 뼈대만 남긴 채 잿빛으로 변해 있었다.
경북도는 이날 1천108명 규모의 '신속 피해 조사단'을 현장에 급파해 본격적인 복구 설계에 들어갔다. 조사단은 생활안전, 건축시설, 농축산 등 5개 반을 편성해 피해 구역을 훑고 있다. 육안 조사가 어려운 험지는 드론과 위성 영상이 맡는다. 수집된 데이터는 국가재난관리정보시스템(NDMS)에 실시간으로 입력되어 조기 복구 계획의 기초 자료가 된다. 8일로 예정된 조사가 마무리되면 현재 집계된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마을 안쪽 상황은 더욱 처참하다. 이번 산불로 주택 3천986가구가 피해를 입었고, 이 중 3천914가구는 뼈대만 남긴 채 완전히 불에 탔다. 잿더미가 된 집터를 멍하니 바라보던 70대 주민 김모 씨는 "평생 일군 집이 한순간에 사라져 막막하지만, 당장 모레부터 시작할 농사가 더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 농업 분야 피해는 7천30농가, 3천785㏊에 달한다. 농기계 6천230여 대가 고철이 됐다. 또 축사 217동이 소실되면서 가축 20여만 마리가 폐사했다.
경북 산불 피해지에 임대 농기계가 전달되고 있다. 경북도 제공
경북도는 이처럼 영농 기반을 잃은 주민들을 위해 '농기계 품앗이' 카드를 꺼냈다. 예천과 울진에서 긴급 이송된 농기계 9대를 시작으로, 도내 16개 시·군 임대사업소에서 모은 104대의 농기계가 피해 지역으로 속속 도착하고 있다. 도는 시·군이 필요한 장비를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예산 38억 원을 긴급 편성하고, 정부에는 148억 원 규모의 추가 사업비를 건의한 상태다.
경제적 안전망도 가동된다. 화재로 소실된 건물이나 자동차를 다시 살 때 취득세를 면제하고 재산세 납부 기한을 연장한다. 특히 농어촌진흥기금 200억 원을 긴급 경영 안전자금으로 돌려 농가당 최대 1천만 원까지 2년간 무이자로 빌려주기로 했다. 축사 현대화를 위한 융자 200억 원과 양봉 농가를 위한 사육 시설 복구비 8억 원 등도 정부 지원 목록에 올랐다.
끊겼던 사회기반시설 복구도 속도를 내고 있다. 민·관·공 합동 복구단은 오는 5일까지 전기시설 1천 개소를 수리하고 안전 점검을 병행한다. 하천 점용료와 사용료는 피해 정도에 따라 최대 전액 감면될 예정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피해 도민들이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오주석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