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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해 지음/서정시학/149쪽/1만4천원 |
"속도를 버리고 방향 하나로/ 우주의 모든 것과 내통한다"(독보적 3 中)
시집 '나무늘보의 독보'는 시인 권영해가 지난 5년간 겪은 유의미한 경험들을 추려내 자신만의 언어로 여과하여 엮어낸 삶의 기록이다. 시인은 서문에서 현대문명 속에서 상실해가는 것과 간직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시인의 '느림'에 대한 인식은 '빠름'을 중시하는 현대사회에 대한 항의이자 성찰이다. 민달팽이, 나무늘보의 걸음걸이, 불변하는 존재의 움직임 등 시에 등장하는 특정 대상을 통해 다수의 존재방식을 환유한다. 권성훈 문학평론가는 "시인은 동적인 지속과 정적인 정체를 횡단하며 일원론적인 지혜를 송출한다"고 평가했다.
총 4부로 이루어진 시집 '나무늘보의 독보'에는 '독보적' '쇠똥구리' '봄은 경력사원' 등 여러 주제의 연작시들이 다수 수록되어 있다. 시인 문영은 이를 두고 "시적 대상이나 현상에 대한 오랜 탐색으로부터 나온 사유"라고 말했다.
시인은 시의성도 놓치지 않는다. "세상이 이다지 좁다면/그렇게 서두르지 말걸"(봄은 경력사원 23) "더 갈 수 없는 곳까지 왔으니/ 이쯤에서 성숙해져야 하지 않나"라며 세상을 향한 저항 없이 따듯한 시선으로 실존을 받아들인다. 종국에는 "곱씹어 볼 만한 세상살이"라는 성찰에 이른다.
시인 권영해는 경북 예천 출생으로 1997년 김춘수 시인 추천으로 '현대시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 '유월에 대파꽃을 따다'(2001) '봄은 경력사원'(2013) '고래에게는 터미널이 없다'(2019) 등을 펴냈으며, 현대청운고 정년퇴임 후 울산문인협회장을 역임했다. 울산펜문학상, 울산광역시 문화예술 표창, 홍조근정훈장, 대한민국 예술문화공로상 등을 수상했다.
정수민기자 jsmean@yeongnam.com

정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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