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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여행] 대구 군위군 김수환 추기경 사랑과 나눔 공원, '바보 성자' 김수환…당신의 사랑이 그립습니다

2025-04-04

군위 용대리서 어린시절 보내…옛집 복원하고 공원 등 조성

기념관엔 사진·영상자료·유품 전시…金추기경 생애 한눈에

부모 옹기 굽던 가마 재현…바보지겟길·십자가길도 만들어

[주말&여행] 대구 군위군 김수환 추기경 사랑과 나눔 공원, 바보 성자 김수환…당신의 사랑이 그립습니다
김수환 추기경 사랑과 나눔 공원. 옛집을 복원하고 기념관을 짓고 일대를 공원으로 조성했으며 대구대교구가 군위군으로부터 위탁 받아 운영하는 순례지다.
군위 읍내 큰 사거리는 조용하기만 하다. 한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문득 여기저기 걸린 군부대 유치 희망 플래카드가 눈에 띈다. 조용하나, 그 속내가 마냥 고요하고 평온한 것만은 아니겠단 생각을 한다. 동쪽으로 빠져나간 지방도는 약간 어수선한 느낌이다. 마주 오는 파란 군위버스에서 기사님의 하얀 손이 슬쩍 위로 오르더니 코 옆을 한번 슥 문지르고는 내려온다. 머쓱해라, 인사를 건네는 줄 알고 덩달아 손을 올릴 뻔했다. 저 멀리서 누가 웃는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이 커다랗게 웃고 있다. 보셨나요, 제 머쓱함을. 이곳은 '김수환 추기경 사랑과 나눔 공원'이다.

[주말&여행] 대구 군위군 김수환 추기경 사랑과 나눔 공원, 바보 성자 김수환…당신의 사랑이 그립습니다
바보나무 뒤편은 빛 좋은 회랑이다. 추기경의 사진과 말씀들, 법정스님의 글과 이해인 수녀님의 글 등이 걸려 있다.
[주말&여행] 대구 군위군 김수환 추기경 사랑과 나눔 공원, 바보 성자 김수환…당신의 사랑이 그립습니다
조금 가파른 언덕바지에 올라서 있는 작은 십자가형 건물, 옹기동. 내부는 텅 비어 있고, 빛과 어둠과 명상에 든 낙엽 두 개뿐이다.
◆ 김수환 추기경 기념관

군위 용대리. 김수환 추기경이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다. 그의 옛집을 복원하고 기념관을 짓고 일대를 '사랑과 나눔 공원'으로 조성한 것이 2018년, 공원은 대구대교구가 군위군으로부터 위탁 받아 운영하는 순례지다. 주차장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조금 가파른 언덕바지에 올라서 있는 작은 십자가형 건물이다. 입구에 '옹기동'이라 적혀 있다. 문이 잠겨 있다. 바짝 다가서 들여다본 내부는 텅 비어 있고, 빛과 어둠과 명상에 든 낙엽 두 개뿐이다.

곳곳에 옹기가 많다. 옹기는 한국 천주교회사에서 박해와 신앙의 상징이다. 박해를 피해 산으로 숨어든 신자들은 옹기를 내다 팔며 생계를 유지했다. 김수환 추기경의 부모도 그렇게 신앙을 지킨 옹기장수였다. 옛 사람들에게 옹기는 모든 것을 다 담을 수 있는 유용한 생활 용기였다. 쌀을 담으면 쌀독, 김치를 담으면 김칫독이 되었다. 옹기는 음식도 담고 오물도 담는다 하여 김 추기경은 자신의 아호를 '옹기'라 했다 한다. 사목표어는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PRO VOBIS ET PRO MULTIS)'이다. 그는 세상에 옹기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자주 말했다고 한다.

공원 입구 필로티를 통과하면 왼쪽에 '김수환 추기경 기념관'이 자리한다. 내부에는 김 추기경의 생애 전반을 볼 수 있는 각종 사진과 영상자료, 기록물, 유품 등이 전시되어 있는데 빚다, 질박하다, 견디다, 품다, 비우다, 숨 쉬다 등 옹기와 관련된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소리가 들린다. 여기에서, 저기에서, 또 어딘가에서. 이야기 해주고 싶은 것이 많은가보다. 구석에서 다리쉼 하며 이 이야기, 저이야기를 듣는다. 어린 시절의 이야기이고, 사제로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고, 한 시대 어른에 관한 이야기다. 다락처럼 작은 2층 공간에는 그의 판화 작품과 그가 사용했던 파이프, 라이터, 속옷, 빨간 양말 등이 전시되어 있다.

기념관 입구 외벽에 '바보나무'가 있다. 추기경은 언젠가 자화상을 그린 후 아래에 '바보야'라고 적었다고 한다. 이후 세상 사람들은 그를 보고 '바보 성자'라 불렀다. 바보나무는 사람들의 소원이 적힌 하트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 수많은 소원들 가운데 하나에 시선이 머문다. '폭력과 폭행당한 사람들에게 평화와 행복을 주소서.' 기원의 열매 뒤로 추기경의 얼굴이 보인다. 바보나무 뒤편은 빛 좋은 회랑이다. 추기경의 사진과 말씀들, 법정스님의 글과 이해인 수녀님의 글 등이 걸려 있다. 몸을 낮춘 추기경과 눈 맞춤하는 아기의 눈동자가 오래 기억에 남는다. 회랑 바닥에 바보나무의 열매 그림자가 떨어져 있어 차마 밟지 못한다.

[주말&여행] 대구 군위군 김수환 추기경 사랑과 나눔 공원, 바보 성자 김수환…당신의 사랑이 그립습니다
군위 용대리는 김수환 추기경이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다. 2018년 그의 옛집을 복원하고 기념관을 짓고 일대를 '사랑과 나눔 공원'으로 조성했다.
[주말&여행] 대구 군위군 김수환 추기경 사랑과 나눔 공원, 바보 성자 김수환…당신의 사랑이 그립습니다
추기경의 옛집. 방 두 칸에 부엌이 있는 초가집으로 이 집에서 형인 김동한 가롤로 신부와 함께 어린 시절을 보냈다.
[주말&여행] 대구 군위군 김수환 추기경 사랑과 나눔 공원, 바보 성자 김수환…당신의 사랑이 그립습니다
푸른 옷의 성모상. 끊어지지 않는 아름다운 무지개 말이 성모님의 왼손에서 오른손으로, 오른손에서 왼손으로 이어진다. 서로 사랑하여라.
◆ 사랑과 나눔 공원

기념관 마당에서 계단을 오르면 푸른 옷의 성모상과 마주친다. 끊어지지 않는 아름다운 무지개 말이 성모님의 왼손에서 오른손으로, 오른손에서 왼손으로 이어진다. '서로 사랑하여라.' 성모상 왼편에는 스테파노 경당이 있다. '스테파노'는 그리스도교 최초의 봉사자이자 순교자로 신약에 등장하는 인물로 김수환 추기경의 세례명이다. 경당은 가장 단순한 바실리카 형식의 작고 소박한 예배 공간이다. 이곳에서 매일 오후 3시에 미사가 봉헌된다. 한 사나이가 가꾸고 있는 화단은 추모정원이다. 거름 냄새가 짙고, 자그마한 수선화 노란 꽃과 꽃잔디 자주색 꽃이 피어나고 있다.

천천히 미끄러져 내려간 자리에 추기경의 옛집이 있다. 방 두 칸에 부엌이 있는 초가집이다. 옛집 아래에는 옹기를 굽던 가마와 우물이 재현되어 있다. 그가 8살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는 옹기와 포목 행상으로 생계를 꾸리며 이 초가에서 공소를 열었다고 한다. 그는 군위보통학교를 마치고 대구가톨릭대의 전신인 성 유스티노 신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이 집에서 형인 김동한 가롤로 신부와 함께 어린 시절을 보냈다. 각 방에 추기경의 사진이 걸려 있다. 옛집 툇마루에 걸터앉은 사진도 있다. 1993년 사진이니, 어머니도 형도 모두 세상을 떠난 뒤이고, 그때 이 집은 참으로 낡은 모습이다. 반들반들한 툇마루에 앉아 본다. 낮은 돌담 너머 골짜기 길이 동쪽으로 휘어 나아간다. 마당 한켠에는 한 그루 곧은 소사나무가 넓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옛집 뒤편은 평화의 숲이다. 숲 가운데로 난 87개 계단 끝에 예수성심상이 두 팔을 벌려 세상을 축복하고 있다. 옛집과 평화의 숲에서부터 '바보지겟길'이 동산에 걸쳐 있다. 야자매트를 깔아 놓은 좁은 길 따라 가톨릭의 여러 신비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데, 신자들은 이 이야기들과 함께 묵주기도를 하는 모양이다. 지겟길을 따라가면 십자가의 길과 만난다. 각 처를 표현한 조각들이 보기만 해도 아프다. 추기경의 말씀을 떠올린다. '이웃과 절대로 등지지 말라. 이웃은 나의 모습을 비추어 보는 큰 거울이다. 이웃이 나를 마주할 때 외면하거나 미소를 보내지 않으면, 목욕하고 바르게 앉아 자신을 곰곰이 되돌아봐야 한다. 머리와 입으로 하는 사랑에는 향기가 없다. 진정한 사랑은 이해, 관용, 포용, 동화, 자기 낮춤이 선행된다.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 데 칠십년 걸렸다.'

바보지겟길 너머 동산마루에 몇 그루 과일나무가 꽃을 피웠다. 그 아래 자그마한 텃밭에서 한 아주머니가 파밭을 돌보고 계신다. 기역자로 굽힌 허리를 펴고 돌아보는 얼굴이 너무나 해맑아 심장이 쿵한다. "저 꽃은 무슨 나무인가요?" "자두." "자두나무야. 혼자 왔나? 와 혼자 다니노?" "그러게요. 고맙습니다." 언덕 아래로 추기경의 커다란 얼굴이 보이고, 그 웃음 너머로 밭과 하우스와 집들과 길과 먼 산이 보인다. 머리에 빨간 확성기를 단 작은 자동차가 마을을 천천히 달리며 끊임없이 외친다. "건조한 날씨가…" 오늘 밤 비가 온다고 했다.

글·사진=류혜숙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 여행 Tip

55번 중앙고속도로 군위 IC로 나간다. 톨게이트 앞 삼거리에서 대구, 군위방향으로 우회전한 뒤 곧바로 안동, 군위방향 고가도로 아래로 좌회전해 5번국도 경북대로를 타고 직진한다. 약 2.3㎞ 정도 가다 금성, 군위방향 오른쪽으로 나가 직진, 동부사거리에서 우회전해 2.5㎞ 가면 오른쪽에 김수환 추기경 사랑과 나눔 공원이 자리한다. 방문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하나 생가와 공원 야외는 둘러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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