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사회분열 고려한 듯 ‘헌법정신’ 강조 메시지
헌법 1조1항 및 대한국민 맨앞-맨뒤 배치 눈길
![[대통령 탄핵]사회통합 고려 ‘헌법 정신’ 강조한 헌재…尹 파면 ‘결정문’ 살펴보니](https://www.yeongnam.com/mnt/file_m/202504/rcv.YNA.20250404.PYH2025040412910001301_P1.jpg)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계선, 김복형, 정정미, 이미선, 문형배, 김형두, 정형식, 조한창 헌재 재판관. 연합뉴스
“우리 헌법은 국가권력이나 다수의 정치적 횡포를 바로잡아 민주주의를 보호할 자정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결정 후 공개된 탄핵심판 결정문 '결론' 부분이 주목받고 있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헌법 제1조 1항으로 시작해 “대한국민"으로 끝나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결정문 '결론' 부분은 초안을 작성했다가 재판관들의 의지를 반영해 추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 재판관들은 전원일치로 윤 전 대통령을 파면하기로 합의를 마친 뒤 당초 결정문을 썼다가 결론 부분을 추가했다. 재판관들이 초안을 여러 차례 검토해 국민에게 공개된 결정문의 마지막 5쪽 분량 결론을 완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관들은 선고일 발표 이후 이틀간 종일 평의를 열었고 선고 당일인 4일 아침까지 최종 문구를 검토했다.
일반적인 헌재 탄핵심판 결정문의 결론은 3∼4줄에 그친다. 통상 재판관의 의견 분포와 그에 따라 결정된 주문을 적을 뿐이다. 박근혜·노무현 전 대통령, 한덕수 국무총리(대통령 권한대행)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같이 작성한 결론은 비상계엄 사태 후 진보좌파와 보수우파로 나뉜 첨예한 대립으로 '내전'이라는 말까지 나오자 수정·보강 것으로 보인다. 즉 헌재가 통합과 화해를 위한 메시지를 던졌다는 평가다.
결론의 내용은 2025년 한국 사회 '헌법 정신'을 되돌아봐야 한다는 의미로 요약된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결론의 도입부를 여는 문구인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로, 이는 헌법 제1조 제1항의 문장이다. 아울러 마지막 문구에는 '대한국민'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는 헌법 전문(前文)에 등장하는 단어다.
또한 헌법 본문의 총강을 시작하며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민주공화국으로 천명한 1조 1항과, 헌법 본문 앞의 '서문'에 해당하는 전문에 쓰여 국가의 주권자인 국민을 강조하는 '대한국민' 두 표현이 맨 앞과 맨 뒤 양쪽 끝에 '수미상관' 구조로 배치돼 눈길을 끌었다.
'대한국민'이라는 표현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으로 시작하는 헌법 전문에서 가져온 것으로 전해졌다. 일상생활에서 쓰는 표현이 아니라 어색하다는 견해도 나왔으나 논의 끝에 헌법 전문 표현을 그대로 갖다 쓰기로 했다고 한다. 사회의 근간인 헌법 정신으로 돌아가 민주주의를 지키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재판관들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 탄핵]사회통합 고려 ‘헌법 정신’ 강조한 헌재…尹 파면 ‘결정문’ 살펴보니](https://www.yeongnam.com/mnt/file_m/202504/rcv.YNA.20250404.PYH2025040413280001300_P1.jpg)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인용 결정문을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재는 민주주의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며 강조하기도 했다. 결론에서 헌재는 “민주주의는 개인의 자율적 이성을 신뢰하고 모든 정치적 견해들이 각각 상대적 진리성과 합리성을 지닌다고 전제하는 다원적 세계관에 입각한 것이다. 대등한 동료 시민들 간의 존중과 박애에 기초한 자율적이고 협력적인 공적 의사결정을 본질로 한다"는 대전제를 제시했다.
이후 헌재는 네 단계로 논리를 전개했다. 윤 전 대통령이 임기 중 야당의 예산 삭감과 이례적으로 많은 탄핵 탓에 '국정이 마비되고 국익이 현저히 저해돼가고 있다는 인식'을 가졌을 수 있으나, 그 책임 소재를 일방으로 한정하기 어려우며 문제 해결 역시 민주주의 원리의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목적을 '국회와의 대립을 병력을 동원해 타개하기 위한 것'으로 규정하고 “민주정치의 전제를 허무는 것으로 민주주의와 조화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헌법 개정안 발의, 국민투표, 법률안 제출, 위헌정당해산 제소 검토 등 민주 국가의 대통령으로서 선택할 수 있는 다른 대안도 있었다는 지적을 덧붙였다.
헌재는 “피청구인은 국가긴급권 남용의 역사를 재현해 국민을 충격에 빠트리고, 사회·경제·정치·외교 전 분야에 혼란을 야기했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서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의 범위를 초월해 국민 전체에 대해 봉사함으로써 사회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를 위반했다"고 파면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정재훈
서울정치팀장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