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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탄핵의 굴곡에 기죽을 대한민국 아니다

2025-04-06
[직설] 탄핵의 굴곡에 기죽을 대한민국 아니다

생성형 AI를 활용해 표현한 '희망찬 대한민국'의 도시 풍경. 구글 ImageFX.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은 한국 정치사의 불행임이 틀림없다. 문제는 국가 수반인 대통령이 재임 중 그 직을 강제로 박탈당하는 사례가 10년도 안돼 두 번씩이나 일어났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민주공화정이 결코 평탄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정치적 불상사가 국가적 불행으로 비화해서는 안 된다. 문제 해결의 방점은 가까운 곳에 찍혀 있다.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환호하든 아니든, 동의하든 아니든 정치와 법의 교과서에 새겨 놓은 다짐들을 다시 한 번 상기한다. 헌재는 대통령과 거대 야당이 장악한 국회 간 대립에 대해 일방의 책임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건 정치의 문제라고 판단했다. 다시 말해 갈등과 차이를 풀어야 할 정치영역을 더 이상 법률의 심판대에 실어나르지 말라는 충고다. 헌재는 상대에 대한 존중, 대화와 타협, 협치만이 민주주의 원리에 부합한다고 했다. 지당한 고언(苦言)이다.

작금의 정치는 그럴 자세가 돼 있는가. 험난해 보인다. 지난 4개월 거리의 군중은 좌·우로 쪼개졌다. 군중의 대치는 정치 리더의 비수와도 같은 언어로 증폭됐다. 헌재 심판을 수긍하겠다던 여·야는 하루 만에 돌변했다. 국민의힘은 “국회 다수결을 무기로 이재명 방탄과 윤석열 정권 조기 퇴진에 몰두한 제1야당에 책임을 묻고 있다"고 한다. 민주당은 “내란의 잔불을 확실하게 꺼야 한다. 빛의 혁명을 완수하는 게 민주당의 책무라고" 맞섰다. 탄핵 직후 거리의 군중이 후일을 도모하며 승복 속에 철수한 점은 그래서 빛이 난다.

정치는 서로 다르고, 맞선다는 본질을 갖고 있다.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공동체의 합일점을 무한 반복 찾아가는 과정이다. 한국정치는 언제부터인지 이를 망각한 듯 보인다. 1987년 절차적 민주주의를 완성했다고 자부하지만, 벌써 두 번의 대통령 탄핵을 경험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6일 제왕적 대통령제의 종식과 함께 개헌을 주창했다. 이 또한 서류상 대안은 될지언정, 진정한 민주공화정의 완성을 장담할 수는 없다. 제3세계의 독재와 피폐한 경제는 민주주의와 법률이 부재한 때문만은 아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며, 관용으로 기꺼이 '견제와 균형'을 수용하겠다는 자세가 '번영된 조국'의 전제조건이다.

60일 내 대선이 치러진다. 한쪽에서는 '보수를 불태우겠다'는 촛불시위가 어른거린다. 반대편에는 '종북 좌파의 독버섯 체제에 우리 자식들을 살게 할 수 없다'고 벼른다. 거부와 불복은 자유이지만, 이 또한 자제의 경계 안에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는 시련을 먹고 자란다. '민주'라는 허울에 내재된 결함들을 증폭시키는 우(愚)를 더 이상 범해서는 안 된다. 국민은 다시 선택의 권력을 쥐었다. 1인1표의 평등을 넘어 가짜와 진짜를 구분하고, 사실(事實)과 가치(價値)를 가려내는 혜안(慧眼)의 주권을 행사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명운이 걸렸다. 관세 전쟁으로 아수라장이 된 세계경제의 파고를 헤치고, 나라안보와 생활안전을 돌봐야 한다.

대구경북의 과제들도 이 기회에 물 위로 떠올라야 하겠다. 신공항의 인프라를 이륙시키고, 1인당 GRDP 꼴찌의 열패감도 벗어나야 한다. 오는 10~11월 경주에서 열릴 APEC의 그날, 새 대통령이 천년고도의 역사와 공화정의 복원력을 세계의 얼굴들에게 알리는 그 순간을 고대한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멈출 수도 없다. 이만한 굴곡에 기죽을 대한민국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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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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