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촬영 금지, 팀장 동행 지침까지…대형 병원 전방위 재점검
소아·정신과 병동도 예외 없어… 내부 감찰 조직 가동

대구의 한 대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외부 복도. 간호사들이 조심스러운 분위기 속에 조용히 이동하고 있다. 병원 내 사진·영상 촬영 금지 지침이 재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민감 병동을 중심으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최근 불거진 학대 의혹 사건 이후, 지역 의료 현장 전반에 신중한 대응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영남일보 AI 제작>
최근 대구 한 대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발생한 간호사 학대 의혹 사건의 여파가 지역 의료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역 내 주요 대학병원과 종합병원들이 잇따라 내부 통제에 나서며 의료 현장 전반에 긴장감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각 병원들은 “ 남 일이 아니다. 언제든 우리 병원에서도 터질 수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8일 영남일보 취재결과, 사건이 불거진 지난 2일 이후 지역 대다수 병원들은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병원 내 사진·영상 촬영 금지 지침을 재차 공지했다. 수성구 A병원 측은 “이미 내려져 있던 규정이지만, 최근 사건을 계기로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SNS를 통한 정보 노출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내부 운영 실태도 함께 점검하고 있다"고 했다.
중환자실·신생아실·정신과 병동 등 민감 병동을 중심으로 자체 점검반도 가동되고 있다. 환자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거나, 환자나 보호자를 불쾌하게 만들 수 있는 요소가 있는지 사전 차단에 나선 것.
대구 한 종합병원 간호부 관계자는 “SNS 게시물 하나가 병원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걸 이번에 모두 뼈저리게 느꼈다"며 “사적인 공간이라 여겼던 SNS가 업무와 결합하는 순간 어떤 위험이 생기는지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실제 한 병원 현장에선 일상적인 대화조차 조심스러워 한다. 의료진들은 서로 “누가 촬영하고 있을지 모른다. 말 한마디가 징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말을 주고받기도 했다. 표정이나 언행까지 바짝 신경쓰는 분위기다. 소아병동이나 정신과 병동 등 취약 환자를 다루는 부서의 경우, 보호자와의 접촉 시 반드시 팀장이 동행하거나, 대화 내용을 기록으로 남기도록 내부 방침을 바꾼 병원도 있다.
B 병원 관계자는 “과거에는 사소하게 넘길 수 있던 실수조차 지금은 크게 확대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직원들 사이에서 '정서적 위축'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최근 상황을 전했다.
병원들 대응은 행정적 조치로도 이어지고 있다. 일부 병원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환자 보호자 민원 대응 매뉴얼을 전면 재정비하고 있다. 병원장 직속의 위기관리 태스크포스를 신설하거나 기존 기획·법무 부서에 위기 대응 권한을 넘기기도 했다.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한 윤리 및 인권 교육도 부쩍 강화했다.
한편, 이번 학대 논란의 중심에 선 대구의 한 대학병원 간호사 A씨 외에도 신생아 사진을 SNS에 게시한 간호사 2명이 추가로 확인된 것으로 8일 파악됐다. 병원 관계자는 “피해 부모로부터 제보받아 조사를 벌인 결과, A씨가 처음 SNS에 올렸던 신생아 사진을 다른 SNS에 재게시한 간호사 2명이 추가로 드러났다"며 “이들에 대해서도 인사위원회를 열어 징계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