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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시론] 10년 만에 다시 소환한 1987 일기장

2025-04-09
[영남시론] 10년 만에 다시 소환한 1987 일기장
임성수 경제에디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에 전 세계가 요동치고 있다. 대통령 부재의 우리도 한덕수 총리를 중심으로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통상교섭본부장의 미국 무역대표부(USTR) 방문만이 현재로선 최선책인 듯하다.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차기 대통령 선거일(6월3일)이 확정됐다. 트럼프의 통상 압박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할 중요한 시점에 전 국민의 최대 관심사인 대선을 치른다.

정치권이 사활을 거는 대선은 경제, 산업, 외교를 막론하고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나 다름없다. 정권 탈환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 '올인' 한다. 그들에게 트럼프 관세는 표심을 자극하는 수단으로만 활용될 뿐이다.

우리와 달리 전세계는 미 정부에 적극적인 협상을 요청하는 등 치열한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각국 수장들은 직접 트럼프를 만나거나 통화를 통해 해결 방안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국회를 찾아 "국난(國難)이라고 말할 만한 사태다. 가능한 한 빨리 미국을 방문하겠다"며 "'일본이 불공정한 일은 하지 않았다'고 (미국 측에) 확실하게 말해야 한다"고 했다.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은 상호관세 발표 직후 가장 먼저 트럼프와 통화를 갖고 "미국과 협정을 맺을 수 있다면 베트남의 관세를 '0'으로 낮추고 싶다"고 했다. 이에 트럼프는 베트남 서기장과 생산적인 통화를 했다고 전했다. 유럽에서도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각국 수장들이 직접 나서 자국 경제 피해 최소화를 위해 안간힘을 쓰는 등 EU 공동 대응 방안 찾기에도 적극적이다.

하지만 한국은 장관도 아닌 산업부 소속 본부장이 USTR 대표를 만나기 위해 미국을 찾는 것이 최선의 조치다. USTR 대표와 면담을 요청해 놓은 상태지만 성사 여부도 미지수다. 하늘만 쳐다보고 있는 격이다.

대통령 권한이 막강한 현 정치 시스템에서 불과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은 정부 관료들의 운신 폭을 좁히게 만들 수밖에 없다. '제왕적 대통령제', 그것도 '5년 단임'체제에서는 더욱 그렇다. 5년 단임 대통령제 하에서 대권 승리는 정치 권력의 숙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탄핵 인용 직후 수면 위로 떠올랐던 개헌 논의가 차기 대권 주자들의 유불리에 따라 대선 뒤로 밀리는 형국이다. 탄핵 직후 민주당에서 시작된 개헌 논의를 민주당 내에서 밀어내는 듯하다.

1987년 6·10 민주항쟁을 통해 이끌어 냈던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는 직선제라는 국민의 소망을 이루게 했다. 하지만 국민들의 염원이었던 대통령제 5년 단임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직 대통령의 수모를 국민들이 TV 생중계로 지켜보게 만들었다.

제6공화국에서 배출한 대통령 8명 중 4명이 구속됐고, 3명은 국회로부터 탄핵소추를 당했다. 이 중 2명은 파면됐다. 장기 독재의 폐해를 막기 위한 장치 5년 단임 대통령제가 '제왕적 대통령제'의 상징이 된 셈이다. 무엇보다 정권 재창출과 정권 탈환이라는 목적을 내세운 정치권의 야욕은 국민들을 둘로 갈라 놓았고 급기야 부자 간, 형제 간에도 반목과 갈등을 불렀다.

이제 38년간 임무를 다한 5년 단임 대통령제는 소각할 때가 됐다. 10년 전 칼럼(6·29선언과 대통령)에서 인용했던 1987년 6월29일의 일기장을 다시 소환해 본다. 87학번인 나는 그날 일기장에 "노태우 대표의 결단과 함께 대한민국도 이제 민주국가가 될 것"이라고 썼다.

임성수 경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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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수

편집국에서 경제‧산업 분야 총괄하는 경제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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