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규 헌법재판관 두고 정치권 충돌
민주당, 법 개정으로 대응
이 재판관 “헌법 질서 구현되는 일에 일조하고 싶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완규 법제처장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이완규 법제처장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9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키자, 국민의힘이 강하게 반발하는 등 충돌이 지속됐다.
이 법제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이번 논란에 대해 “헌법 질서가 구현되는 일에 일조하고 싶다"며 사퇴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했다. 이 처장은 “엄중한 시기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저를) 후보로 지명하는 결정을 해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잘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이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이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명한 것을 두고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처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40년 지기'로 불리며 친분이 있고, 12·3 비상계엄 다음날 삼청동 안가 회동에 참석했다는 점을 들어 부적격 후보자라는 입장이다. 이 처장은 이날 안가 회동을 포함해 2차 비상계엄 모의 혐의로 피소된 것에 대해 “기소되지 않을 것"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날 법사위 회의에선 민주당이 한 대행을 향해 공격을 퍼붓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방어에 나서기도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후보자 임명을 두고 “대통령 궐위 상황에서 국정의 연속성과 헌정 질서 유지를 위한 것이며 당연한 헌법적 책무 이행"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헌법재판소 역시 '마은혁 재판' 결정에서 대통령 권한대행도 재판관 임명이라는 책무를 명확히 수행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며 “민주당은 그동안 헌법재판관 9인 체제를 반드시 완성해야 한다고 주장해 놓고 정작 한 대행이 합법적으로 임명 절차를 진행하자 효력정지 가처분을 운운하며 또다시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완규 법제처장이 눈가를 만지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이날 국회 법사위는 후임이 임명되지 않은 헌법재판관의 임기를 연장하고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통령 몫 재판관 임명권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 직무 정지 등으로 권한을 대행하는 자는 헌법재판관 중 국회에서 선출하는 3명과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명만 임명할 수 있게 했다. 또 후임자가 임명되지 않은 재판관이 직무를 계속해 수행하게 하는 내용은 입법 시행 직전 임기 만료로 퇴임한 재판관에 대해서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안이 공포될 경우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인 문형배·이미선 재판관 후임으로 지명한 이 처장과 함 부장판사는 임명될 수 없다. 이에 따라 문·이 재판관은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직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 다만 법안이 본회의에서 의결되더라도 정부가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면 실효성이 없어, 종국엔 한 권한대행이 이 처장 등을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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