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50410010000851

영남일보TV

20대 젊은 거장 피아니스트 박재홍의 귀향…수성아트피아 '4월 음악제' 12개 공연 중 3개 기획

2025-04-10

"좋은 음악가들과 놀이터 만드는 기분으로 구성했어요"

20대 젊은 거장 피아니스트 박재홍의 귀향…수성아트피아 4월 음악제 12개 공연 중 3개 기획
피아니스트 박재홍 <수성아트피아 제공>
187㎝ 거구에 앳된 얼굴의 '젊은 거장' 피아니스트 박재홍(26)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지만 역설적이게도 신이 나 있었다.

수성아트피아에서 열리고 있는 4월 음악제 공연 중 '피아니스트 박종해와의 듀오 리사이틀'을 하루 앞둔 지난 4일 대구를 찾은 박재홍과 마주했다. 그는 올해 수성아트피아의 '4월 음악제'에서 마스코트 같은 존재로 활약했다. 4월 음악제의 총 12차례 공연 중 3개 공연(정지원 독주회, 박재홍·박종해 듀오 리사이틀, 피아노 트리오&퀸텟)의 기획을 도맡았다. 그가 기꺼이 공연 기획을 맡아준 덕에 많지 않은 예산에도 쟁쟁한 연주자들이 동참해 축제를 빛냈다.

"당연히 수락했죠. 대구는 제 고향이기도 하고요. 훌륭한 음악가들과 연주하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어디 딴세상 갔다 오는 느낌이 들거든요. 더 많은 공연을 기획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제가 다른 연주 스케줄이 있어서 이것밖에 못해 아쉬워요." 그는 미국 아틀란타에서 연주가 있어 사실 3일 전 새벽에 귀국했다고 부연했다. 후에 들은 얘기지만 오전에 링거도 맞고 왔다고 했다.

박재홍은 대구예술영재원 출신으로, '부조니의 남자'로 불린다. 2021년 세계적 권위의 페루초 부조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과 함께 4개의 특별상을 거머쥐며 피아니스트로서 이름 석 자를 널리 각인시켰다.

대구 출신인 그에게 특히 수성아트피아는 더욱 각별하다고 했다.

"수성아트피아는 제가 처음 연주했던 홀이거든요. 전문 공연장 무대에 처음 선 곳이 초등학교 때 수성아트피아 소극장(2010년 수성아트피아의 예술영재 육성 프로그램인 'Au pair(오 페어)' 콘서트)이었어요. 처음 연주해 본 대극장도 수성아트피아 대극장이었고요. 수성아트피아는 저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간이죠."

이어 그는 이번에 기획한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막힘없이 술술 풀어냈다.

"제가 아끼고 진짜 존경할 수 있는 아티스트들로 꾸렸어요. 독주회를 하는 정지원 피아니스트는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냈어요. 피아노도 너무너무 잘 치고 머리도 좋아요. 준비된 음악가로 꼭 소개해 주고 싶었어요. 듀오 리사이틀을 하는 종해 형은 음악 이야기를 제일 많이 나누는 형으로, 함께 연주하는 게 너무 신납니다. 피아노 트리오&퀸텟 공연은 우리나라에서 실내악을 제일 많이 하고 잘하는 분들로 모셨어요."

그는 심지어 3개 공연의 연주 곡도 자신이 전부 선택했다고 했다. 겹치는 작곡가도 없이 세팅했다.

"제가 욕심이 좀 많아서…"라며 멋쩍은 듯 말끝을 흐리던 그는 "장르를 다 다르게 하고 싶어서 독주회, 듀오, 실내악으로 구성했다. 또 실내악 중에서도 트리오와 퀸텟으로 프로그램을 짜서 작은 공연 횟수지만 다양한 플랫폼을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내악을 너무 좋아한다. 좋은 음악가들이랑 연주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다. 사실 일이라는 생각을 안 했고 놀이터를 만드는 기분이었다"고 웃어보였다.


초등 때 데뷔 무대였던 수성아트피아
각별해 美귀국 링거맞으며 한달음에

"욕심 좀 많아…공연장르를 다 다르게"
'정지원 독주회' '박재홍·박종해 듀오'
'피아노 트리오&퀸텟' 曲 세팅도 직접
음악으로 딴세상 다녀오는 느낌 선사


▨ 다음은 일문일답.

- 꼭 한번 함께 무대에 오르고 싶은 연주자는.

"리스트가 너무 길다. 콕 집어 얘기하기도 어려울 것 같은데, 피아노 듀오를 같이 해보고 싶은 분은 스승이신 안드라스 쉬프다. 선생님과 꼭 한번 독일 음악을 같이 연주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 작년 가을부터 세계적인 거장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를 사사했다고 알고 있다.

"레슨 하나하나마다 약간 마법 같은 순간들인 것 같다. 쉬프 선생님은 독일 음악에 있어서는 현존하는 최고 권위자라고 생각한다. 레슨받을 때마다 툭툭 던지시는 말씀에 큰 울림이 있다. 적어도 3~4년 정도는 배울 것 같다."

- 좀더 배워가거나 연주하고 싶은 곡이 있나.

"한 6시간 동안 답할 수 있는 질문 같고, 사실 매일매일 다르다. 작년까지 러시안 레퍼토리를 되게 많이 쳤다. 요즘은 독일 음악을 좀더 연주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많이 든다."

- 어떨 때 슬럼프에 빠지게 되고 어떻게 극복하게 되나.

"'이 때부터 저 때까지 슬럼프였던 것 같다'는 없다. 피아니스트는 워낙 쉬운 길이 아니고 정답도 없는 길이다. 피아니스트들이 참고할 수 있는 것은 작곡가들이 남겼던 편지, 악보, 사연 등인데 사실 행복하지만은 않은 내용들도 많다. 그런 걸 공부하다 보면 감정적으로 몰입이 돼 힘들어지거나 슬럼프에 빠지기도 한다. 그런데 결국 또 그 슬럼프를 극복하게 되는 매개도 음악이다. 늘 애증의 관계라고 생각하고 그냥 살고 있다."

- 대구 출신으로 대구 음악계에 활력을 불어넣어줬으면 하는 기대도 있다. 대구는 자주 오는지와 추후 대구에서의 활동 계획에 대해 듣고 싶다.

"부모님은 청도에 계시고 대구는 이렇게 연주 있을 때나 오게 된다. 앞으로 또 대구에서 공연 기획을 할 기회가 있으면 함께 하고 싶다."

- 지역의 클래식 꿈나무들에게 조언 한마디를 해 준다면.

"피아니스트는 정말 힘든 길이다. 진심을 다해 사랑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어떨 때는 음악이 사람을 불러야 된다는 생각도 든다. 음악은 재능이 제일 중요하다고 하는데, 그 재능이 뭔지 규정하자면 저한테는 얼마나 사랑할 수 있느냐인 것 같다."

- 피아니스트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뭐라고 생각하나.

"귀와 유연함인 것 같다. 피아노는 유독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악기이다 보니, 다른 악기 연주자들과 교류할 수 있는 소통의 시간이 많지 않다. 그러다 보면 귀도 닫게 되고 본인의 주관만 밀고 나가게 되기도 하는데 그걸 경계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의 음악을 이해할 줄 알고 들을 줄 알고 적응해서 또 자신의 음악을 유연하게 바꿀 수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기자 이미지

박주희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