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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여행] 경북 영천 망정동 우로지, 짧아서 더 아름답다 …350년 역사 우로지의 봄

2025-04-11

1670년경 저수지 축조 소공연장 놀이터 쉼터 운동기구 설치 생태공원으로

못 동쪽 우로지 자연숲 조성 메타세쿼이아길 무궁화동산 산책길 맨발 걷기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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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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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여행] 경북 영천 망정동 우로지, 짧아서 더 아름답다 …350년 역사 우로지의 봄
영천 망정동 우로지. 망정은 고층 아파트와 주택, 상가 등이 많은 동네다. 남풍에 떠밀린 꽃잎들로 우로지의 좌우심방이 핑크색이다.
복사꽃인가. 신호를 기다리며 우연히 고개 돌린 길가에 몇 그루 꽃나무가 서 있다. 도로보다 조금 낮은 땅에 납작하게 앉은 집이 무시로 내다보는 꽃나무다. 닭 서너 마리가 꽃 아래를 종종종 일렬로 걸어 집으로 간다. 봄이구나. 넓은 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한산하게 달리다 느슨한 산자락 속으로 꺾어들어 동쪽으로 더욱 한산하게 달린다. 슬렁 구렁이 같은 긴 언덕을 넘고 야생동물들의 통로 같은 터널을 지나자 불쑥 일단의 아파트 무리가 호기심 많은 기린 떼처럼 긴 목을 세운다. 저곳이 망정동이다.

◆ 망정 우로지 공원

꽃비가 내린다. 낮은 피아노 소리 들린다. 쉭쉭, 아저씨가 바짓단의 먼지를 턴다. 아저씨 뒤로 지붕을 가진 작은 선착장이 있고 보트 하나가 꽉 매여 있다. 정화활동을 위한 보트란다. 보트 옆구리에 꽃잎들 와글와글하다. 선착장 오른쪽으로 데크 길이 시작된다. 왼쪽으로는 흙길이다. 토닥토닥 데크를 걸어온 여인이 살랑 흙길에 내려선다. 그녀를 스쳐, 작은 푯말이 가리키는 출발점 화살표대로 데크에 오른다. 망정동(望亭洞)은 옛날 이곳에 망호정(望湖亭)이라는 정자가 있어 망정이라 불렀다 한다. 영천시의 다른 행정동이나 읍·면보다 인구가 많아 고층 아파트와 주택, 상가 등이 많은 동네다. 마을 동쪽의 언하동, 조교동, 신기동과의 경계 지역에는 산업 단지가 조성되어 있는데 산단과 아파트 단지 앞에 우로지가 위치한다. 우로지는 얼핏 하트모양이다. 건물들의 그림자는 북쪽으로 누웠고 남풍에 떠밀린 꽃잎들로 우로지의 좌우심방이 핑크색이다.

중간 중간 푯말이 서서 기다리다 몇 미터나 왔는지, 몇 칼로리를 소모했는지 알려준다. 팔각정자와 귀여운 돌고래를 지나면 근래의 것으로 보이는 돌우물 하나와 우로지의 유래를 적은 안내판이 나타난다.

우로지는 350여 년 전인 1670년경에 축조된 저수지라 한다. 이름이 우로지인 데는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옛날에는 사람과 소가 흙을 등에 지고 날랐는데 너무 힘들어 울면서 저수지를 만들었다고 우로지가 되었다는 설이다. 또 하나는, 저수지를 만드는데 둑이 자꾸 무너져 무속인에게 물으니 "동네에 늙은 소가 계속 울고 있으니 그 소를 못 둑에 묻으면 괜찮을 것이다"라고 했단다. 해서 진짜로 그 소를 못 둑에 묻었더니 더 이상 무너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그 소를 기려 우로지(牛老池)라 했다는 이야기다. 울면서 쌓은 둑이든 우는 늙은 소를 묻은 둑이든 가련하지 않을 수 없다. 옛 둑의 위치는 지금의 우물자리를 기준으로 남쪽으로 약 30m, 1824년에는 남쪽으로 100m 정도로 추정된다. 현재의 못 둑은 1928년경에 확장하여 축조한 것이라 한다.

[주말&여행] 경북 영천 망정동 우로지, 짧아서 더 아름답다 …350년 역사 우로지의 봄
우로지 가선대부최부용유공비. 1824년 축조에 관련된 비석으로 옆의 오석에 당시의 사정이 설명되어 있다.
둑이 가까워진다. 사람들로 가득한 큼직한 정자와 둑으로 오르는 무지개다리 사이에 '우로지 가선대부최부용유공비'가 서있다. 1824년 축조에 관련된 비석이다. 옆의 오석에 당시의 사정이 설명되어 있는데 우로지를 고쳐짓는데 최공이라는 분이 재물을 희사했다고 한다. 최공이 최부용인 듯하다. 비석 앞에 '대기환경알리미'가 설치되어 있다. 초미세먼지, 미세먼지, 오존 등 대기오염 농도를 실시간 안내하는 시스템이다. 오늘의 미세먼지는 '나쁨'이었는데 지금 이곳의 미세먼지는 '보통'이다. 무지개다리건너 둑길에 들어선다. 둑길에 시 20여점이 설치되어 있다. '맑은 바람이 살아 있어/ 가슴마저 넉넉하구나 여기는.'(고향, 한다혜) 가파른 둑 사면에 유채꽃이 피었고 산양 같은 여인들이 봄나물을 뜯는다. 둑 아래는 넓은 망정들의 다락논이다. 우로지가 처음 축조된 때는 조선 현종 연간이다. 조선 초기부터 각 도의 제방과 수리사업을 관장하는 제언사(堤堰司)가 있었는데 중간에 폐지되었다가 재설치 된 때가 현종 3년이다. 그 세부규칙을 보면 그 처음은 제언사 재설치의 선언과 거행에 관련된 내용이고, 그 다음의 첫 문장이 '농사는 천하의 근본이고 먹는 것은 백성의 하늘이다'로 시작된다. 머지않아 저 다락논에 하늘이 들어차겠다.

우로지는 2007년부터 생태공원으로 조성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가 있고, 운동장과 소공연장이 조성되어 있으며, 다양한 쉼터와 운동기구도 설치되어 있다. 가로등에 붙어있는 매미와 꿀벌과 무당벌레는 스피커다. 화장실도 예쁘다. 5월부터 10월까지는 음악분수를 가동한다. 오늘도 줄자를 들고 신중하게 광장을 누비는 사람이 있고 풀을 뽑는 사람들, 방부목 울타리를 다시 칠하는 사람들이 있다. 다시 데크 입구다. 작은 푯말이 알려주는 거리는 1520m(도착점), 50㎉ 소모했다.

[주말&여행] 경북 영천 망정동 우로지, 짧아서 더 아름답다 …350년 역사 우로지의 봄
메타세쿼이아 마사토 길은 총 560m로 '나의 마음속으로 걷는 길'이라는 주제의 명상 산책길로 조성했다고 한다.
◆ 우로지 자연숲

우로지 동쪽에는 '우로지 자연숲'이 있다. 이 숲의 동쪽은 언하공단이다. '우로지 자연숲'은 공단에서 유입되는 대기오염물질을 차단하기 위해 조성됐다. 나무 1그루가 1년 동안 흡수하는 미세먼지의 양이 35.7g이라고 한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결과이니 믿어도 된다. 우로지 데크 길 초입 사거리를 기준으로 남쪽은 무궁화동산이다. 꽃잎이 적색 계통인 홍단심계 무궁화가 16종 105본, 꽃잎이 흰색 계통인 백단심계 무궁화가 4종 16본 식재되어 있다. 무궁화 꽃길 속에 맨발로 걷는 황톳길과 장미터널 산책로가 나란히 뻗어있고 길 끝에 세족장이 마련되어 있다. 북쪽은 메타세쿼이아 마사토 길이다. 역시 맨발로 걷기에 좋고 세족장이 갖춰져 있다. 메타세쿼이아 산책로와 나란히 대왕참나무, 은목서, 이팝나무 등 교목 13종 1300그루, 황금사철, 홍가시나무, 남천 등 관목 11종 12만5000그루가 정원 같은 숲을 이루고 반려동물과 함께 걸을 수 있는 장미터널 산책길이 나있다.

메타세쿼이아에 연두 잎이 송송하다. 수수꽃다리의 연보랏빛꽃은 만개했다. 장미와 꽃댕강나무에 새가지가 잔뜩 올랐다. 생강나무 노란 꽃도 보인다. 영산홍은 곧 꽃피겠다. 맥문동은 머털도사 머리털마냥 무성하다. 동백꽃이 뚝뚝 떨어진 자리마다 몰려든 것은 작고 하얀 딸기 꽃이다. 딸기밭이 넓다. 여름이면 딸기를 따먹을 수도 있다고 한다. 나무 사이사이에 발걸음을 비추는 등이 108개, 나무를 비추는 등이 142개 설치되어 있다. 밤의 운치를 상상할 수 있다. 뒤집어진 양동이 모양의 초록색 물체는 가만 귀 대어보니 스피커다. 산책길을 따라 가든 스피커가 23대라 한다. 무궁화동산 산책길은 직선으로 약 420m정도 된다. 메타세쿼이아 길은 총 560m다. '나의 마음속으로 걷는 길'이라는 주제의 명상 산책길로 조성했다고 한다. 음악소리 들릴 듯 말 듯 잔잔하다. 카메라를 세워둔 중년의 사나이가 저만치 총총 달려갔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그를 위해 잠시 서있는 동안 문득 우로지 둑에서 보았던 커다란 외침이 생각났다. 다락논 가장자리 박공 건물에 쓰여 있던 말, '나는 용접사다. 꿈은 이루어진다.' 꿈은, 이루어진다. 글·사진=류혜숙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 여행 Tip

대구포항고속도로 북영천IC에서 내린다. 톨게이트 앞에서 영천방향으로 우회전해 직진, 영천요양병원에서 500m 정도 더 가면 삼거리가 나온다. 오미길 방향으로 좌회전해 직진하면 오른쪽에 우로지가 보인다. 조금 더 직진해 '우로지 자연숲' 간판이 보이는 사거리에서 좌회전하면 동부지구대 옆에 망정2공영주차장이 있다. 메타세쿼이아 길 맞은편이다. 저수지 변에 주차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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