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즈넉한 돌담길 걸으며 시 한 구절 읊조려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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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 주실마을 전경. <영양군 제공> |
주실마을은 고려 말부터 이어져 온 반남 박씨 집성촌으로, 6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마을에 들어서면 돌담길과 기와집이 어우러진 한적한 풍경이 펼쳐진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을 주는 이곳은 조용히 거닐며 사색하기에 제격이다.
마을을 거닐다 보면 '조지훈 생가'를 만날 수 있다. 초가집 형태의 생가는 소박하면서도 따뜻한 정취를 간직하고 있다. 이곳에서 조지훈 시인이 유년 시절을 보내며 문학적 감성을 키웠다고 한다. 그의 대표작 '승무'와 '봉황수'에서 느껴지는 서정성이 이곳의 풍경과 닮아있다. 생가 주변에는 마을 주민들이 직접 가꾸는 정원과 텃밭이 있어 더욱 정겨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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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 주실마을 전경. <영양군 제공> |
문학관에서는 그의 대표 시 '승무'의 필사 체험이 가능하다. 방문객들은 직접 시를 따라 써 보며 조지훈의 섬세한 감성을 느껴볼 수 있다. 또한 시인의 육성을 들을 수 있는 오디오 자료도 마련돼 있어 그의 시를 더욱 생생하게 접할 수 있다. 문학관 옥상 전망대에 오르면 주실마을의 고즈넉한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조지훈 시인이 영감을 받았을 풍경을 감상하며 그의 시 한 구절을 되새겨보는 것도 좋다.
주실마을과 조지훈 문학관을 찾은 여행자들은 단순한 관광이 아닌 깊은 여운을 남기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곳에서는 한옥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도 있고, 시인의 숨결이 묻어 있는 공간에서 문학적 감성을 채울 수도 있다. 또한 마을 인근에는 영양 특산물인 산나물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음식점들이 있어 여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지난달 경북 산불로 영양군도 많은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일월면 주실마을은 다행히 화마를 피해 봄꽃을 피우고 있다. 봄이 오면 마을 주변으로 산수유와 개나리가 피어나 더욱 아름다운 경관을 선사한다.
따뜻한 햇살 아래 돌담길을 따라 걸으며, 조지훈 시인의 시 한 구절을 떠올려 보는 것은 어떨까. 주실마을과 조지훈 문학관에서의 하루는 분명 잔잔한 감동과 여운을 남길 것이다.
정운홍기자 jwh@yeongnam.com

정운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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