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 반이재명’ 프레임 ‘세종시 수도 이전’으로 깰까?

더불어민주당 제21대 대통령선거 경선 출마자들. 왼쪽부터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 김동연 경기지사, 김경수 전 경남지사, 김두관 전 의원. 연합뉴스,
오는 6월 3일 조기 대선이 실시된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독주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에 맞서는 진보·보수 잠룡들이 속속 출마 선언을 하며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치열하게 펼쳐질 대선 레이스를 몇 가지 키워드로 정리해 봤다.
◆명당
우선 각 예비후보들의 경선 캠프 사무실이 이른바 '명당'에 집중됐다는 점이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이 전 대표는 일찌감치 용산빌딩에 캠프를 꾸렸다. 용산빌딩은 지난 17대 대선에서 승리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캠프사무실을 마련했던 명당으로 알려져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7년 경선 당시 캠프로 활용한 대산빌딩 9층을 사무실로 정했다.
국민의힘 예비후보들은 명당 중 명당으로 꼽히는 대하빌딩으로 몰려들었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6층), 홍준표 전 대구시장(4층),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9층), 유정복 인천시장(6층)이 모두 이 빌딩에 캠프사무실을 차렸다. 대하빌딩에서는 지금까지 김대중·박근혜·윤석열 3명의 대통령을 배출했다.
◆경선
각 당의 경선 결과도 초미의 관심사다. 민주당의 경우 대선 경선 대진표가 '1강+2김 체제'로 짜여졌다. 압도적 1위를 달리는 유력주자 이 전 대표에 맞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와 김 경기지사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관전 포인트는 이 전 대표가 얼마나 높은 득표율로 경선을 통과할 것인가다. 이 전 대표 측은 압도적인 경선 득표율을 발판으로 대선 본선 승리까지 직진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민의힘의 경우 유력 후보 오세훈·유승민의 불출마로 경선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중도 확장성이 있는 두 후보의 사퇴로 보수 표심이 재배치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두 후보를 향하던 표심이 한동훈, 안철수 등 중도 확장성이 높은 후보로 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보수 성향은 짙지만 윤 전 대통령과 거리를 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나 수도권 인지도가 높은 나경원 의원을 향해 표심이 일부 이동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프레임
'이재명 대 반이재명'이란 대선 프레임 구도가 형성될지도 관심사다. 이 전 대표가 우원식 국회의장이 띄운 '대선·개헌 동시 투표'에 반대하자, 민주당 내 비명계 잠룡들과 보수 잠룡들 모두 개헌에 찬성하는 입장을 내세우며, 이 전 대표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나섰다.
이 전 대표가 '내란 종식'을 내세우며 '탄핵 찬성 대 반대'란 프레임으로 선거를 치르고자 한다면, 이재명 독주 체제에 도전하는 다른 후보들은 '개헌 대 반개헌'이란 프레임으로 이 전 대표를 정면 겨냥하고 나선 셈이다.
다만 이 전 대표 측은 집권한 뒤 1년 정도 개헌을 준비하고, 다음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를 하는 방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관계자는 “조만간 4년 중임제가 포함된 '개헌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선·개헌 동시 투표에는 선을 그었지만, 정치권의 개헌 압박을 대선 공약을 통해 벗어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세종시
우 의장이 '대선·개헌 동시투표'를 띄운 다음날 민주당이 '세종 수도 이전' 카드를 꺼낸 점이 주목된다. 이 전 대표가 대선 기간 개헌 이슈를 희석화시키면서도 각종 선거에서 '스윙보터' 역할을 해왔던 충청권 표심을 파고들 수 있는 전략이기 떄문이다.
앞서 강준현·복기왕 등 충청권 의원들은 지난 3월 이 전 대표의 지시로 '행정수도 이전 방안' 검토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고서에는 대통령 집무실 세종 이전과 국회 본원 완전 이전 등의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이에 따라 행정수도 이전은 대선 유력 주자인 이 전 대표의 주요 공약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이 전 대표는 이미 지난 20대 대선에서도 세종을 행정수도로 법률에 명문화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구경모
정부세종청사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