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본고장에 'K-오페라 중심 대구' 각인…정갑균 대구오페라하우스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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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갑균 대구오페라하우스 관장은 "대구오페라하우스의 자체 제작 작품이 올해와 내년에 이탈리아, 에스토니아, 독일에 잇따라 진출하며 대구 오페라의 명성을 높이고 있다"면서 "대구 오페라가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시스템 정비와 재정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2~3월 伊 이어 7월 에스토니아
사아레마오페라축제 전체 맡아
윤이상 '심청' 등 5개 작품 공연
"국립오페라단 이전 최적지 대구
대구오페라 건실한 성장 위해서
내년 5월부터 1년간 문을 닫고
시스템 개선·시설 리모델링도"
"오페라 극장의 기본인 3가지 중
합창단·오케스트라만 갖춘 상태
향후 발레단도 하나 만들고 싶어
'미인도' 소재로 오페라 제작 중"
"지난 2~3월 이탈리아에 이어 오는 7월 에스토니아의 '사아레마 오페라페스티벌', 내년 6월 독일 만하임국립오페라극장까지 대구오페라하우스가 활발한 해외 진출로 '대구 오페라'와 'K-오페라'의 위상을 높이고 있습니다. 그것도 무늬만 초청이 아니라 수억원대 개런티를 받고 갑니다. 유럽 주요 극장 관계자들에게 대한민국 오페라의 중심지는 대구라고 각인돼 있어요."
정갑균 대구오페라하우스 관장은 기자와의 첫 만남에서 자랑거리가 넘쳐났고 열정이 가득해 보였다. 질문으로 '한 단어'를 던지면 '한 편의 단편드라마'가 돌아왔다. 스스로를 무대에서 죽어도 여한이 없는 사람, 오페라에 죽고 오페라에 사는 사람이라고 표현하는 그의 에피소드와 도전, 열의에 취하는 시간이었다.
정 관장은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예술감독에 이어 관장으로 올해로 5년째 일하고 있다. 2021년 예술감독에 선임됐고 대구오페라하우스가 대구문화예술진흥원에 통합되면서 2022년 11월부터 관장직을 맡고 있다. 그는 동양인 최초로 이탈리아 토레 델 라고의 푸치니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연출한 실력파로도 유명하다.
최근 전국 문화계의 핵심 이슈인 국립 예술단체의 지방 이전을 화두로 꺼내지 않을 수 없었다. 정부가 국립오페라단·국립발레단 같은 국립 예술단체의 지방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지역 문화계에서는 국립오페라단의 대구 이전 유력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정 관장은 "문화예술도 수도권 쏠림이 심각하다. 국립오페라단 지방 이전지로는 대구가 최적지"라고 강조하면서 "기존 대구오페하우스의 저력과 국립이 갖고 있는 여력이 하나로 합쳐져 시너지 효과를 내다보면 대구는 대한민국 오페라의 패권을 거머쥘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또 내년 5월부터는 대구오페라하우스가 1년간 문을 닫고 리모델링을 합니다. 극장이 20년 이상 운영되다 보니까 시설물이 많이 노후화됐어요. 리모델링이 끝나면 대구오페라하우스는 다시 도약을 향해 나아갈 겁니다."
◆대구오페라하우스의 왕성한 해외 진출
"대한민국 공연 역사상 단군 이래로 이렇게 매머드한 해외 초청 공연은 없었을 거예요. 77년의 오페라 역사를 갖고 있는 대한민국이 500년 역사를 갖고 있는 유럽의 극장들과 함께 교류하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은 아주 고무적입니다."
사실 관장과의 대화 첫 화두는 대구오페라하우스의 해외 진출이었다.
오는 7월22~26일 열리는, 약 40년 역사를 가진 에스토니아의 '사아레마 오페라페스티벌'에 초청받아간다는 데 대한 성취감과 뿌듯함이 가득 뿜어져 나왔다. 사아레마 오페라페스티벌은 축제 기간(5일)동안 1만명 이상이 모이는 국제적인 행사다.
"우리 합창단, 오케스트라 다 해서 140~150명이 갑니다. 사아레마는 에스토니아에서 가장 큰 섬인데, 올해 축제 전체를 저희가 맡습니다. 축제 전부터 거의 한 달간 태극기가 300개 이상 걸립니다. 저희들이 보유하고 있는 오페라 작품 3개(윤이상의 '심청', 글룩의 '오르페오 에우리디체', 푸치니의 '나비부인')와 오페라 갈라, 한국 갈라(한국 춤과 음악 소개) 등 총 5개 공연을 선보여요. 개런티도 약 4억원 받고 갑니다. 거기에다 무대 컨테이너 운반비와 호텔 룸, 조식까지 포함된 조건으로 약 8억원을 우리한테 쓰는 걸 거예요.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놀랍니다. 내년 6월에는 윤이상의 '심청'으로 독일 만하임국립오페라극장에 공연하러 갑니다. 역시 개런티 받고 약 150명이 가요."
정 관장은 2023년에 계약서를 쓰러 가는 김에 에스토니아 대통령과 만찬을 하자는 연락이 와서 놀랐다는 에피소드도 들려줬다.
◆해외 진출 씨앗된 윤이상의 '심청'
이처럼 대구오페라하우스가 해외 진출에 잇따른 성과를 내는 데는 자체 제작작품인 윤이상의 '심청' 영향이 컸다. 정 관장은 외국 극장과 네트워킹을 하다보니 자체 제작작품이 있어야겠다고 판단하고 3년 전에 윤이상의 '심청'을 제작했다고 했다. 세계적인 작곡가인 윤이상의 오페라 심청은 1972년 독일 뮌헨 올림픽 개막 축하공연으로 처음 공개된 작품이다. 사아레마 오페라페스티벌 초청도 축제 관계자들이 한국에서 윤이상의 심청 공연을 본 뒤 성사됐다. 또 유럽에서 오페라 연출 경험이 많은 정 관장의 네트워크와 발로 뛴 노력의 힘도 크게 작용했다.
"대구오페라하우스 예술감독 지원서를 쓸 때부터 해외 교류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구상했어요. 대구오페라하우스 부임 이후 틈나는 대로 유럽에 발바닥에 땀이 날 정도로 다녔어요. 하루는 1천200㎞ 운전하며 외국 극장장 3명과 미팅을 했죠. 그런 노력들이 씨앗이 돼 올해와 내년에 밀도감 있게 꽃망울을 터트리게 되는 것 같아요."
◆대구의 탄탄한 오페라 토양…시스템 정비는 과제
지난 9일 서울 예술의 전당 3개를 합쳐 놓은 크기의 '중국 베이징 국가대극원'과도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는 대구의 오페라 토양이 탄탄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대구는 6·25전쟁 중에서도 바흐의 음악이 흘렀고 현제명의 오페라가 공연됐던 곳입니다. 지역의 많은 음악대학에서 배출된 우수한 성악가 인프라에다 대구오페라하우스 22년 역사의 저력 등 대한민국에서는 '오페라 토양'이 가장 잘 닦여 있다고 봅니다. 이를 앞세워 아시아 오페라 시장을 선도하는 것을 목표로 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구오페라가 건실한 나무로 성장해 나가기 위해서는 '시스템 정비'가 시급하게 해결돼야 할 과제다.
정 관장은 "극장 안에 공연장이 2~3개 있어야 하고 연습실, 보관소 등 부대시설도 필요하다. 직원과 예산도 다른 해외 공연장에 비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발레단도 하나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라며 "오페라극장에는 합창단, 오케스트라, 발레단이 있는 게 기본이다. 이는 대구의 청년 일자리 창출과도 연관이 있다. 대구에 발레리나·발레리노들이 대학 졸업하고 갈 데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한민국 유일의 오페라 제작극장인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전 세계로 더 뻗어나가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정체성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정 관장은 "현대에서 이슈가 되는 오페라를 양산해내는 축제를 만들어 해외 오페라 관계자들과 교류의 끈을 만들고자 한다"면서 "사실 지금이 우리가 한 발 더 나아가야 할 때이고 재정이 더 필요해 국가 지원이 절실하다"고도 덧붙였다.
이어 그는 "지난해 9월 개관한 대구간송미술관에 있는 '미인도'를 소재로 오페라를 만들고 있다"면서 "올해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때 콘서트 오페라 버전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글·사진=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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