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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옹진군 영흥면에 위치한 선재도 목섬과 신비의 모세 기적길.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 풍경이다. |
길 양편으론 탁 트인 갯벌이 아득히
사람 손길 닿지 않은 울창한 소나무
목섬전망대 끝없는 갯벌 비경에 탄성
영흥도 북쪽 해안 총 1㎞ 십리포해변
수령 150년 이상 소사나무 350여그루
기이한 형태로 자생 관광객 즐겨 찾아
썰물 때, 물이 빠지면 목섬 가는 길이 환하게 드러난다. 마치 노루의 긴 목처럼. 신비로운 바닷길이다. 물때마다 하루 두 번의 기적이 나타난다. 목섬은 밀물 때는 바다에 떠 있는 무인도이지만 물이 나가면 누런 모랫길이 열리고 걸어서 갈 수 있다. 그 황금빛 반짝이는 모랫길은 목섬을 지나고 그냥 바다 저 멀리까지 가마득하게 길을 낸다. 모랫길은 조가비가 부서져 쌓인 단단한 길이다. 길 양편으로 탁 트인 갯벌이 아득히 펼쳐져 더욱 아름다운 풍경이다. 갯벌은 더러움을 걸러내는 지구의 허파꽈리다. 짙은 검회색 펄에 햇빛이 내려 반사되며 번득이는 경치가 상상을 훌쩍 넘는 감동이다. 이건 동화이며 완벽한 수채화다. 갯벌에는 물길이 유려하게 이어진다. 마치 청동기에 새겨진 고대 문양처럼, 각가지 모양을 만들며 흐르는 물길이 믿기지 않아 한참 멍하니 바라본다. 이처럼 곡선을 그리는 수로들이 우리 몸의 혈관처럼 애면글면 살아서 움직이고 있다.
목섬에 도착한다. 울창한 소나무 군락이 터벅머리 총각 같은 섬이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 풍경이다. 굴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크고 작은 바위 사이로 한 바퀴 돌고 지나온 길로 눈길을 돌린다. 선재도로 이어지는 길은 영판 목덜미를 빼다 박았다. 그래서 '목떼미'라고 부르기도 한다. 목섬은 그럴싸하게 목덜미 항(項)자를 써 행정명은 항도이다. 특정도서 제15호 항도(독도가 특정도서 1호임)가 정확한 지명이다. 선재도는 부속 목섬과 함께 2012년 미국 주요 언론사인 CNN이 선정한 '한국의 가장 아름다운 섬' 33곳 중 1위를 차지한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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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리포 해변 350여 그루 소사나무 군락지. 관광객들이 먼저 찾는 명소로 유명하다. 우리나라의 유일한 과수목 지역이다. |
이제 더 낮은 눈으로 갯벌이 그리는 레이스 무늬를 응시한다. 진정한 아름다움이 보인다. 모세의 기적인 모래톱길도, 저 몽환의 갯벌도 실은 시간의 발자국이다. 시간과 갯물은 흘러가고 그 흐름을 따라가면 나도 너도 곰비임비 사라진다. 그러나 뭔가는 남는다. 아름다움은 남아서 문학이 되고 예술도 된다. 우리는 덧없는 존재일지 모르지만, 자연은 불멸의 현실이다. 모래톱길은 예사롭지 않게 알지 못할 울림이 있다.
이윽고 목섬을 다시 지날 즈음, 갯벌 체험단을 실은 트랙터가 지나간다. 바지락 캐기 체험, 해양 생물관찰, 전문 가이드와 함께하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한다. 선재도 해안 풍경은 처음보다 색다른 정감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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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재도 갯벌 체험 모습과 운송 트랙터. 갯벌 체험단을 실은 트랙터가 지나가고 있다. |
영흥도는 고대 유물이 출토된 제법 큰 섬이다. 토기 패총이 발견되고 발굴된 보고서에 보면, 신석기시대부터 사람이 살았다. 삼국시대에는 해상교통 요충지로 영흥도를 차지하려는 나라 간에 다툼이 있었다. 고려 중기 원종에서 충숙왕 때까지 죄인들의 유배지였다. 1270년대(고려 원종 13년) 즈음에는 삼별초가 은둔했으며, 대몽항쟁기에는 영흥도가 항쟁기지로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기도 했다. 그리고 병자호란 이후 한말까지 강화도와 도성, 즉 한양 방어 체계가 수립되어 업벌에 영흥진을 설치했다. 최근에는 인천상륙작전 전초 기지였던 요해의 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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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일 시인 방방곡곡 트레킹 회장 |
고려말 왕족 익령군 왕기는 고려 국운이 시나브로 기울자 장차 닥칠 화가 두려워 성과 이름을 바꾸고 가족과 함께 사람이 살지 않는 섬으로 가서 숨어 지내기로 했다. 무작정 배를 띄웠지만, 딱히 갈 곳도 없고, 파도가 거세 구사일생으로 이 섬 영흥도에 닿았다고 한다. 영흥도는 고려말 당시 왜구가 날뛰어 주민이 없는 무인도였다. 그러나 왕기는 여기에 정착하여 버려진 땅을 일구고 고기를 잡고 짐승을 키우며 살아갈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망해가는 고려가 안타까워 섬의 국사봉에 올라가 개경을 바라보며 눈물지었다. 섬으로 들어온 지 3년 만에 고려가 망하고 이성계 일파는 고려 왕족들을 거제도로 이주시킨다면서 바다로 유인해서 수장시켰다. 이에 미리 피신한 왕기 일가는 환난을 모면하고 이 섬에 터를 잡은 탓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 후 섬의 이름은 익령군의 '영(靈)'자를 따서 영흥도라 부르게 됐다. 데크 길 왼쪽 바위 절벽도 비경이다. 전망대에서 머문다. 멀리 무의도, 실미도, 인천국제공항, 영종도, 팔미도, 인천대교, 인천신항이 가물가물 실루엣을 그린다. 그 풍광에 압도되어 더 걸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십리포에서는 십 리도 못가 발병이 난다네.
글=김찬일 시인·방방곡곡 트레킹 회장 kc12taegu@hanmail.net
사진=무철 양재완 여행사진작가
■ 인천 목섬·영흥도 십리포 해수 욕장
☞문의 : 인천 옹진군 영흥면사무소 (032)899-3815
☞주소 : (목섬) 인천 옹진군 영흥면 선재리 산 113
☞트레킹 코스 : 선재도 목섬 모세의 기적길, 영흥도 십리포 해수욕장 해안길
☞인근 볼거리 : 제부도, 대부도, 시화호, 달 전망대, 장경리 해수욕장, 하늘고래 전망대, 영종도, 팔미도, 무의도, 실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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