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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나리 낙동강변 도시숲의 억새전망대. 제방에서부터 목교로 이어지는 정자형 팔각 파고라다. 전망대는 남강과 낙동강 본류가 만나는 것을 내다보고 있다. |
낙동강변 도시숲 억새전망대
다양한 나무 심어 아름다운 경관
두개의 강물 만나는 곳 내다보여
곽재우 장군 기강전투 역사 현장
'명승' 지정된 남지 개비리길
창나루~영아지 연결하는 좁은 길
수십미터 절벽 위 아슬아슬 지나
조선시대 지도에도 기록 된 옛길
◆ 남지읍 용산리 낙동강변 도시숲 억새전망대
죽림쉼터. 아주 울창한 강변 대숲으로 여양진씨 재실인 회락재가 있던 곳이다. 2015년 옛길 조성사업 때 쉼터로 조성했다.
커다란 목선이 뭍에 올라서 있다. 진짜 배는 아니지만 몸은 저절로 승선의 출렁거림을 느끼는 듯 두근댄다. 창진은 신라 때 군사용 큰 창고가 있었다고 해서 생긴 이름이다. 우리말로는 창나리, 나리는 나루다. 몽롱하여 휑한 강변의 개활지는 '낙동강변 도시숲'이라는 이름으로 가꾸어져 있다. '황금메타세쿼이아, 느티나무, 이팝나무, 수양벚나무 등의 교목류와 조팝나무, 명자나무, 화살나무, 은행나무 등의 관목류, 그리고 목수국(라임나이트) 등의 초화류가 아름다운 경관을 제공한다'는 안내판을 읽는다. 이곳은 가을의 억새와 백일홍, 그리고 핑크뮬리로 이미 이름나 있다. 지금은 뜻밖의 튤립과 약간의 유채가 꽃을 피웠고, 모든 나무마다 연둣빛 새순으로 아득 망연하다.
한쪽에는 억새 전망대가 자리한다. 제방에서부터 목교로 이어지는 정자형 팔각 파고라다. 전망대는 두 개의 강물이 만나는 것을 내다보고 있다. 정면으로 흘러오는 강은 남강이다. 오른쪽에서 흘러오는 강은 낙동강 본류다. 옛사람들은 두 강이 합류하는 지점을 기음강(岐音江) 또는 기강(岐江)이라 불렀다. 강이 갈라진다는 의미다. 두 강의 흐름이 달라 물소리로 구분되는 강이라는 의미도 있다. 강의 왼쪽은 함안군 대산면 장암리다. 오른쪽은 의령군 지정면으로 '호국 의병의 숲'이 넓게 자리한다. 이곳은 임진왜란 때 곽재우 장군과 의병들이 승리를 거둔 기강전투의 역사적 장소이며 6·25전쟁 때는 낙동강 최후 방어선이었다. 6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지역의 주요 교통수단은 나룻배였다. 그때는 의령에서 남지로 통학하는 학생들과 남지읍 5일장으로 가는 사람들이 창나리를 이용했다.
◆ 남지 개비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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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 개비리길. 물가의 벼랑길이고 누렁이가 조리쟁이 젖 먹이러 다닌 길이다. 창나리 억새전망대에서 영아지 주차장까지 2.7㎞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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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령이 점지한 옥관자바위 층층나무와 강변에 넓은 밭을 가진 외딴 집, 그리고 풀을 뜯다 우는 검은 염소들이 한가롭다. 옥관자 바위 앞에 옹달샘 쉼터가 있다. |
개비리는 '개가 다닌 절벽'을 뜻하기도 한다. 옛날 영아지 마을 황씨 할아버지의 개 누렁이가 11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그중 한 마리가 눈에 띄게 조그마한 조리쟁이(못나고 작아 볼품이 없다는 뜻)였다. 조리쟁이는 젖먹이 경쟁에서 항상 밀렸다. 이를 가엾게 여긴 황씨 할아버지는 새끼들이 크자 10마리는 남지시장에 내다 팔았지만 조리쟁이는 집에 남겨 두었다. 어느 날 등(山) 너머 알개실로 시집간 할아버지의 딸이 다녀가면서 조리쟁이를 데려갔다. 며칠 후 딸은 깜짝 놀랐다. 친정 누렁이가 조리쟁이에게 젖을 먹이고 있는 게 아닌가. 이후 누렁이는 하루에 한 번씩 꼭 조리쟁이에게 젖을 먹이고 갔다. 폭설이 내린 날에도 누렁이는 알개실 마을에 나타났다. 마을 사람들은 누렁이가 어떻게 왔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눈이 쌓일 수 없는 낙동강변의 절벽을 따라 다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높은 산을 넘는 대신 누렁이 길을 다니며 개비리라 했다 한다. 알개실은 창나리 북쪽에 있는 마을이다. 그러니까 본래 개비리는 알개실과 영아지를 잇는 길이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개비리 남단이 상당 부분 멸실되었고 최근 정비하는 과정에서 일부가 훼손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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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으로 흘러오는 강은 남강, 오른쪽에서 흘러오는 강은 낙동강 본류다. 옛사람들은 두 강이 합류하는 지점을 기음강 또는 기강이라 불렀다. 강이 갈라진다는 의미다. |
길이 조금 넓어지더니 절벽 아래 한척 푸른 배가 보인다. 이곳이 창녕 남지 개비리길의 끝인 영아지 주차장이다. 화장실 옆 쉼터에 사람들 오글오글하고 둑 너머 밭에는 사람들이 바쁘다. "감자야 감자. 심는 건 아니고, 풀 뽑는 거야." 감자. 4월의 감자밭은 저런 모습이구나. 감자, 감자밭을 자꾸만 되뇌며 다시 개비리길로 들어선다. 5월에는 감자꽃도 피겠네.
글·사진=류혜숙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 여행 Tip
45번 중부내륙고속도로 창원방향으로 가다 남지IC에서 내린다. 남지톨게이트 앞 삼거리에서 우회전해 직진, 남지입구오거리에서 12시 방향으로 나가 남지 읍내를 관통해 직진한다. 4.3㎞ 정도 가면 억새전망대가 있는 용산리 창진마을이다. 주차장은 넉넉하고 갓길 주차도 가능하다. 남지입구오거리에서 10시 방향으로 좌회전하면 낙동강유채축제장인 남지체육공원이다. 축제는 18일부터 20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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