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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호〈갤러리제이원 실장〉 |
그래서일까. 나는 이번 해, 그 안에서 조금은 낯선 선택을 해보고 싶었다. 이번에는 아주 처음 시장에 나오는 작가들과 함께 이 자리에 섰다. 갓 졸업한 미대생들, 포트폴리오 몇 장과 졸업작품 몇 점이 전부였던 이들이다. 미술계 경력도, 컬렉터들의 관심도 아직은 시작선에 있는 작가들이지만, 각자 올해 개인전을 준비하며 성실하게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나는 그 준비 과정 중 문득, 이 새로운 작가들을 먼저 시장에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랑미술제를 둘러보면 대체로 쟁쟁한 갤러리들과 이미 많은 팬을 보유한 작가들이 중심을 이룬다. 몇몇 부스에서 신진 작가를 소개하긴 하지만, 그 수는 극히 드물다. 우리 갤러리 역시 지난해까지는 검증된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구성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런 이름 대신, '원석' 같은 작가들의 작품을 부스에 걸었다. 나 자신에게도 도전이었고, 어떤 면에서는 실험이기도 했다. 부스를 꾸미는 동안 걱정이 많았다. 관람객들이 익숙하지 않은 이름 앞에서 멈춰줄까? 작품 설명에 귀 기울여줄까? 그보다 앞서, 이들의 작업을 진심으로 즐겨줄까?
하지만 그런 걱정은 기우였다. 관람객들은 새로운 작품에 흥미를 보였고, 신진 작가마다 최소 한 점 이상의 작품이 판매되었으며, 모든 작품이 완판된 작가도 있었다. 예상보다 훨씬 따뜻하고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많은 관람객들이 신선한 작업에 감탄하는 모습을 현장에서 직접 지켜보며, '도전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갤러리 입장에서는 다소 무모한 시도일 수도 있었지만, 사람들이 진심으로 좋아해주는 모습을 확인하면서 나 역시 큰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번 경험은 작가들에게도 깊은 용기를 안겨주었을 것이다. 익숙한 이름들 사이에서 낯선 이름들이 당당히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은, 갤러리와 작가 모두에게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 2025년 화랑미술제는 나에게, 그리고 우리가 함께 걸어가는 이 신진 작가들에게 매우 의미 있는 시작으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 다가오는 5월부터는 이 신진 작가들의 개인전이 연말까지 차례로 이어질 예정이다. 그리고 새로움을 제시하는 우리의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박관호〈갤러리제이원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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