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지지 않는 한덕수 대망론…대미 협상 결과가 변곡점될 듯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연합뉴스.
'한덕수 대망론'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가운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보수층의 지지율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경북 안동 출신으로 'TK의 아들'을 자처하고 있는 이 후보와 전북 전주 출신으로 호남 표심을 자극할 한 권한대행이 6·3대선에서 맞붙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다.
한덕수 대망론이 본격화한 것은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이 공개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한다던데 그럴 의향이 있느냐"고 묻자 한 권한대행이 “고민하고 있다"고 답한 것이다. 이 대화 내용이 공개된 직후 발표된 한 여론조사에서 한 권한대행의 지지율은 보수 후보 1위로 수직 상승했다. 중도 확장력이 기대되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경선을 포기한 데다 '친윤(친윤석열)과 반윤(반윤석열)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보수진영에 한덕수의 부상은 '가뭄에 단비'로 비쳐졌다.
당초 대선 출마에 부정적이던 한 권한대행의 입장 변화도 감지된다. 한 권한대행은 제65주년 4·19혁명 기념식(19일)에서 “국내적으로 사회적 갈등과 국론 분열이 심화하고 있다"며 “저는 이 위기 극복의 가장 중요한 열쇠는 국민의 저력을 하나로 모으는 통합이라고 생각한다. 통합이 곧 상생"이라고 밝혔다. 제45회 장애인의 날 기념식(18일) 축사에서는 “우리가 이룩하고자 하는 대한민국은 모두가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성숙한 사회"라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일상생활 속에서 참된 이웃으로 더불어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18일 열린 임시국무회의에선 12조원 추경안을 심의·의결하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민생을 제대로 돌보며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 것은 정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이자 존재 이유"라며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국가 재정도 무엇보다 이곳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선 이런 발언들을 두고 한 권한대행이 자신을 주어로 언급한다거나, 국가관이 뚜렷하게 반영된 메시지가 눈에 띄게 늘었다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 15일에는 기아 오토랜드 광주 공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전북 전주가 고향인 한 권한대행이 대선 출마설이 불거진 상황에서 호남을 향했다는 건 정치적 의미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특히 20일 공개된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대선 출마 의사를 묻는 질문에 한 권한대행은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며 미묘한 여지를 남기기기도 했다.
향후 주목되는 변수는 미국 정부와의 통상협상이다. 미국 관세정책의 키를 쥔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이 양자 회담을 요청해 옴에 따라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24일 밤 9시 미국에서 2+2 통상협의에 나선다. 최 부총리 일행은 통상교섭본부장 및 주미대사를 역임해 노련한 협상가로 평가받는 한 권한대행의 지침을 들고 갈 것으로 추측된다. 한 권한대행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안보전략TF 회의'에서 “국익 최우선 원칙하에 미국과 차분하고 진지하게 협의해 양국이 상호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언급된 무역균형, 조선, LNG 3대 분야를 중심으로 한미 상호 간의 관심 사항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양국 간 상호 호혜적인 합의점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했다.
최 부총리 일행이 기대했던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한덕수 대망론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공산이 크다. 반면 최 부총리 일행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게 된다면 한 권한대행의 정치적 입지가 크게 높아지면서 '절대 강자' 이재명에 맞서는 '전략 무기'로 떠올라 보수진영의 단일화 논의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한 권한대행의 지지율이 5월3일 확정되는 국민의힘 최종 후보보다 월등히 높을 경우, 한 대행을 중심으로 한 단일화 바람이 불 것"이라며 “여기에다 중도 보수에서 확장성이 큰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까지 포용해 범보수 단일화에 성공한다면 한 번 해볼 만한 선거가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구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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