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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광과 절망 사이에서] 김영심 변호사가 바라본 세상

2025-04-22
[열광과 절망 사이에서] 김영심 변호사가 바라본 세상
김영심 (법무법인 율빛 대표변호사)
요즘 인공지능 챗GPT에게 인물사진을 애니메이션으로 변환해 달라는 요청이 폭발적으로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일본의 특정 애니메이션 스타일로 변환하는 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AI에게 '지브리 스타일로 바꿔줘'라고 요청하면, AI가 인물 사진을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 속의 귀여운 캐릭터 모습으로 변환해 주는 것이다. 챗GPT에서 1억3천만명의 이용자가 7억 개 이상 이미지를 생성했다고 한다. 주변 사람들의 카톡 프로필 사진에도 종종 그런 이미지가 올라오는 것을 보면 자신의 사진을 '애니메이션 주인공'처럼 변환하고 SNS에 올리는 것이 요즘 하나의 놀이가 된 듯하다. 하지만 이 귀여운 유행 뒤엔 무거운 질문이 따라붙는다. '창작자의 고유성을 침범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 주말에 '2025년 갤러리 아트페어 화랑미술제'에 다녀왔다. 그림만 보면 누구의 작품인지 알 수 있는 유명작가에서부터 신진작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작가의 다양한 그림을 볼 수 있었다. 아트페어에는 소재, 주제, 색감, 구도 등 구성요소가 다 다른 수많은 작품이 전시되기에 보는 재미가 크다. 어느 작품 하나 비슷한 것은 없다. 작가의 창의적인 시각을 토대로 탄생한 작품들이니 당연하다. 작가들은 수많은 밤을 지새우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자신의 작품을 완성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작가의 정신적·육체적 에너지는 소진된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거쳐 그림만 보면 누구 작품인지 알 수 있는 유명작가에 이른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대표작인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애니메이션 역시 창작자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평생을 바쳐 만들어낸 미적 언어이며 문화 자산일 것이다. 그런데 인공지능은 이 스타일을 학습한 것을 토대로 불과 일 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지브리의 고유한 디자인, 색감, 구도와 너무나 닮은 캐릭터를 완성시킨다.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수많은 밤을 지새우며 나만의 그림체와 화풍으로 예술의 성을 쌓아온 작가의 창작성과 고유성을 탈취하는 AI 기술에 작가들은 허탈해하고 자신의 창의력이 값싸게 상품화되는 것에 모욕을 느끼고 있다. AI 예술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인간의 고통을 고려하지 않은, 삶에 대한 모욕"이라고 불쾌해했다고 한다.

이미지 생성 AI는 수천만 장의 웹상 이미지를 학습한 것을 토대로 인간이 창조해 낸 이미지와 매우 유사한 작품을 순식간에 만들어내는데, 이에 많은 작가들은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알파고가 인간의 고유영역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던 바둑을 제패하자 세계 최고였던 이세돌 구단이 은퇴를 결심하게 되었다는 것과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일반인은 이미지 생성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에 열광하지만, 창작자인 작가들은 절망하고 있다는 기사를 접할 때마다 지금 우리가 이미지 생성 AI에 열광하는 것처럼 언젠가 '화랑미술제'에서 AI가 만든 값싼 작품을 사기 위해 전시를 구경하는 날도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의 고유 본성인 창조성이 더 이상 고유하지 않은 세상이 오는 건 아닌가 하는 위기의식을 느끼는 작가들의 절망에 공감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창의성과 독창성에 기반한 작가의 작품은 결코 AI가 만들 수 있는 기술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사랑하는 이중섭, 김환기, 박수근 선생님의 그림을 AI가 만들 수 없듯이, 좋은 작품은 작가가 일생에 걸쳐서 고민한 삶의 집약체이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율빛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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