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구미에서 발생한 삼계탕 노쇼 사건 당시 제시된 군부대 위조 공문 이미지. 영남일보 DB
군부대나 교도소를 사칭해 음식을 주문한 후 잠적하는 '노쇼(No Show)' 사기가 경북지역 식당 등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기승을 부리자, 관계당국이 주의를 요청했다. 이들은 공공기관을 앞세워 신뢰를 얻은 뒤 대리구매를 명목으로 돈을 가로채 소상공인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23일 경북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최근까지 도내 17개 경찰서에 접수된 노쇼 사건은 총 62건에 달한다. 특히 최근 한 달 새 피해 신고가 급증하면서 경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4일 구미시 남통동 삼계탕 전문점에 OO보병사단 보급수송대대 김승우 중위라고 신분을 밝힌 한 남성이 삼계탕 70인분 예약주문했지만 사기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2일 경주경찰서에선 진해기지사령부 군수과 장교를 사칭한 A씨가 도시락 90인분과 전투식량을 주문한 뒤 잠적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A 씨는 군부대 직인이 찍힌 위조한 '부대 행사물품 구매확약서'를 제시하며 군부대 납품업체 계좌인 것처럼 속여 1천여만원 상당의 손해를 끼쳤다.
같은 날 구미에서는 김천소년교도소 계장을 사칭한 이가 주방 밀폐용기 50개를 주문하겠다며 접근했다. 이후 “교도소 직원용 방탄조끼를 대신 구매해달라"고 속여 800만원을 송금받고 잠적했다. 이외에도 울진에선 군 간부를 사칭해 40인분을 예약한 뒤 나타나지 않았고, 포항에선 교도소 의사를 사칭한 인물이 방탄조끼 대리구매를 요청해 1억원을 챙기는 등 유사수법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기관 소속이나 지인을 사칭해 신뢰를 쌓은 뒤 거래를 유도하고 금품을 편취하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같은 사기를 방지하기 위해 단체주문 시 선결제나 예약금을 요구하고, 공식 연락처를 통한 소속기관 확인 절차를 반드시 거칠 것을 당부한다. 또 대리구매 요구 시 즉시 거래를 중단할 것을 강조했다.
오부명 경북경찰청장은 “경기침체 속에 소상공인의 경제적 피해뿐 아니라 정신적 상실감도 큰 만큼, 신속한 수사와 예방활동을 병행해 추가 피해를 막겠다"고 말했다

오주석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