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볼모 난리 뒤 원점회귀
'무능한 정부' 고해성사 같아
한덕수 차출·'반탄 연대' 태동
여권 주자들 외려 왜소해져
경제성장률은 제자리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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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
도로 3천58명이라니. 정부가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 수준인 3천58명으로 되돌렸다. 이게 환자를 볼모로 그 난리를 피우며 1년을 허송한 결과라고? 뜨악하고 황망하다. 의사들 기(氣)만 살려준 '무능한 정부'의 고해성사 같다. "권력은 절대 의사를 이길 수 없다"던 노환규 전 의사협회 회장의 으름장이 현실이 됐다.
의대 수업이 정상화될지도 의문이다.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같은 난제들이 미결 상태여서다. 의사단체는 여론을 뭉갠 채 강공 일변이다. 2027년 이후 의대 정원을 논의할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 역시 믿음을 주지 못한다. 애초 '2천명' 숫자에 집착해 사달을 자초한 대통령실과 정부의 불통을 원망할 수밖에.
# 혁신 동력 떨어진 국민의힘
국민의힘은 '반탄 연대' 구축에 공을 들인다. 김문수·홍준표 등 당내 탄핵 반대파 대선 주자들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아우르는 반(反)이재명 빅 텐트 구상이 그것이다. '한덕수 차출론'의 불을 지핀 박수영 의원은 '김문수 등 보수우파지지 후보+경제전문가 한 대행의 시너지=필승'이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국민의힘은 내심 한 대행의 잠재력을 기대한다. 하지만 국민 66%는 대선 출마를 반대한다(NBS 전국지표조사). 외부 평가도 박하다.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은 "윤석열의 은밀한 지령을 수행하면서 나라를 어지럽히는 간신"으로 깎아내렸고,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한 대행 부인이 김건희 여사와 함께 점집에 다니는 사이"라고 전했다. 사실이라면 한 대행이 점지될 경우 '윤 전 대통령=상왕' 구도를 비켜 가기 어렵다. 보수와 진보 정권을 넘나들며 꿀만 빨았던 한 대행의 기회주의적 처신도 입길에 오른다. "고향을 세탁했다"는 에피소드는 흑역사의 단면이다. 한 대행의 최대 과제이자 딜레마는 확장성과 지속성. 이재명의 대항마로 뜰 수 있는 확장성, 반기문의 전철을 넘어설 수 있는 지속성이 '한덕수 대망론'의 관건이다.
국민의힘은 비대위원장과 원내대표 모두 '친윤'인 데다, 대선 주자 지지율마저 '반탄' 우위다. 혁신 동력이 약화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도로 '친윤', 도로 '반탄'의 형세가 굳어지면서 여권 대선 주자들의 몸집은 외려 왜소해졌다. 한국갤럽이 조사한 차기 대통령 적합도는 이재명 38%, 홍준표·김문수·한덕수 각 7%, 한동훈 6%였다.
# 세수 펑크··· 推計 능력 의문부호
한국은행이 올 1분기 실질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내려앉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올해 연간 성장률도 1.1%~1.2%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월 전망치 1.5%에서 대폭 낮춘 수치다. '트럼프 관세'와 대내 정치 불확실성을 고려한 현실적 판단으로 여겨진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미국의 관세정책 변화 이후 한국경제가 어두운 터널로 확 들어온 느낌"이라고 부연했다. 하릴없이 음산한 미래가 그려진다.
윤석열 정부 3년간의 경제정책은 감세 말고는 딱히 눈에 띄는 게 없다. 임기 초 장담했던 건전 재정도 망조가 들었다. 2023년 56조4천억원, 2024년 30조8천억원의 세수 결손이 발생했고, 지난해 관리재정수지는 104조원 적자였다.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펑크는 정부의 추계 능력에 의문부호를 남긴다.
의대 증원은 원점으로 돌아왔고, 국민의힘은 '반탄'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1분기 성장률은 마이너스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의료도 정치도 경제도 '도로아미타불'인가.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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