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의 국민 평균인의 삶
교황의 가난한 자와의 동행
두 삶엔 굳건한 내면 방향성
그걸 지키려는 노력 서려있어
인생 항해길 속 큰 울림 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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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희 문화팀장 |
특히 문 전 권한대행의 지난 2019년 4월 국회청문회 때 발언이 재조명되며 많은 이들의 마음에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당시 "제가 결혼할 때 다짐한 게 있습니다. 평균인의 삶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국민 평균 재산을 좀 넘어선 것 같아서 제가 좀 반성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헌법재판관들 재산이 평균 20억원쯤 되는데 헌법재판관이 되면 가장 적은 재산을 가진 헌법재판관이 되실 텐데 27년간 법관을 했는데, 너무 과소한 거 아니냐"는 의원 질의에 대한 답변이었다. 이때 공개된 그의 신고 재산은 6억7천545만원(아버님 재산 포함)으로 그중 본인 재산은 4억원에 못 미친다고 했지만 '국민 평균 재산'을 넘어섰다며 겸연쩍어했다.
부활절 다음 날인 지난 21일(현지시각) '가난한 자들의 성자'라 불렸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영원한 안식에 들었다. 교황은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삶을 이어갔고 청빈·겸손의 아이콘이었다.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난 교황은 즉위 전까지 고향인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빈민촌에서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 헌신했고,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잊지 않기 위해 교황명도 프란치스코라고 지었다고 한다. 교황 즉위 이후 소탈하면서도 권위를 버린 행보로도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허름한 구두를 신고 순금 십자가 대신 철제 십자가를 가슴에 걸고 소형차에 몸을 싣는 서민적인 교황의 모습에 세계인들이 감동했다. 88세로 선종 후 남긴 재산도 100달러(14만원)밖에 되지 않았다. 보통 추기경의 월급은 4천700달러(671만원)에서 5천900달러(843만원) 선이라고 하는데, 그는 교황 즉위 후 교황청에서 무보수로 봉사했다.
이들의 삶 앞에 감동한 이유는 이들이 그저 검소하게, 겸손하게 살았다는 데 있지 않다. 이들의 삶이라는 배에는 명확한 나침반이 있고 이를 향해 나아가려는 노력이 느껴지기에 울컥하게 되고 존경심을 표하게 된다.
우리는 각자 인생이라는 배를 타고 살아간다. 때로는 사람들의 기대에 끌려다니고, 사회가 정해놓은 잣대에 휩쓸리고, 한 방의 베팅 유혹에 흔들리며 자신만의 방향을 잃을 때가 많다. 나이가 들었더라도 어떻게 인생을 살아가야 할지 몰라 우울해지고 허무감에 빠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사실 흔들리지 않는 삶도 없다.
하지만 이들의 삶에는 내면의 굳건한 방향성과 심지가 있고, 자신의 방향성을 잃지 않으려고 부단히 애쓰고 점검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표류하는 배들이 한가득인 인생 항해길에서, 비록 흔들리더라도 자기 자신만의 나침반으로, 자신만의 시선으로 인생의 파도를 헤쳐가는 배를 만나다 보니 깊은 울림과 깨우침을 얻게 되는 것이다. 혐오와 편 가르기가 판치고, 자기밖에 모르며, 돈에 치이는 세상 속에서 그들이 가진 나침반의 품격이 부럽다.
박주희 문화팀장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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