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노곡동 산불에 어김없이 지역 비하·조롱 댓글 등장해
시민들 “무관심할 것” “팬데믹 때 대구 비하 떠올라” 다양한 반응
28일 밤 대구 북구 노곡동과 조야동 일대에서 산불이 번지며 서변동 방향으로 짙은 연기와 불길이 확산하고 있다. 일몰 이후 헬기 진화가 중단된 가운데, 소방당국은 지상 방어선을 구축해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대구시 북구 노곡동 함지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확산하며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 일각에서 이번 산불을 '지역 비하'에 악용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도심형 산불로 많은 대구 시민들이 고통을 받는 재난·재해 상황에서도 고착화된 정치적 진영논리에 편승해 지역 비하와 조롱을 일삼는 것을 두고 지역사회에선 안타까움의 목소리가 나온다.
28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7일 발생한 대구 함지산 산불과 관련해 최근 온라인 상에서 대구지역과 대구시민을 한 덩어리로 묶어 비하·조롱하는 듯한 표현이 심심치 않게 발견되고 있다. 이런 사회적 재난이 발생하면 빨리 산불이 진화되도록 마음으로나마 기원하는 것이 일반적 통념이지만 이를 거스르는 비아냥거림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이날 포털에 올라와 있는 대구 북구 산불 관련 기사에 한 네티즌은 "그 동네(대구)는 왜 그러나. 정신 좀 차리자"라는 댓글을 달았다.
또 다른 네티즌은 "고담 대구는 벌 받고 있는 듯 하다"는 댓글을 남겼다.
일부는"이게 TK 시민 수준이다" "(대구 산불 소식은) 훈훈한 소식이다" "꼴통 수구들이 불을 질렀네" 등 비아냥 대는 듯한 댓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구지역 시민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구 토박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동명(32·북구 동천동)씨는 "예전엔 온라인 상에서 특정 지역을 비하하는 사람들을 보면 화가 나기도 했다"며 "하지만, 결국 온라인 세상 안에서 악플을 달며 관심을 구걸하는 사람들인 것 같다. '무관심'이 답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지역 재난상황까지 폄훼하는 댓글들에 일일이 감정을 소비하지 말자는 것이다.
다만, 이 시민은 "정치 과잉에 빠져 특정 지역에 자기 감정을 이입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는 것은 안타깝다. 이제 그런 현상이 우리나라에서 사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구 성서공단내 자동차 부품업체에서 일하는 최연청씨(54·서구 이현동)는 "산불 때문에 긴급 대피를 한 주민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또 지금 대구 수성구와 동구 등 곳곳에서 산불로 인해 매캐한 연기 냄새가 계속되고 있고, 무엇보다 산불 진화를 위해 많은 분들이 애를 쓰고 있다"며 "특정 지역의 재난 상황을 두고 그런 식으로 매도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한참 넘어선 행위인 것 같다"고 맹비판했다.
40대 주부 이연경(동구 신암동)씨는 "이번 대구 함지산 산불발 온라인 댓글을 보니 몇 해전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 대구를 마구 비하해 큰 상처를 받았던 일이 다시 생각난다"고 했다.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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