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22일, 경북 의성군 안평면 야산에서 시작된 산불이 나흘만에 동해안의 영덕군을 포함해 경북의 5개 시·군을 휩쓸며 역대 최악의 산불로 기록되고 있다.
산림청 등의 집계를 보면 이 산불로 서울시 면적의 두배에 가까운 10만4천 여ha가 불에 탔고 총 1조1천억 원이 넘는 피해금액이 발생했다. 발화지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영덕군은 주택 1천 623세대가 불에 탔고, 사망 10명을 포함해 크고 작은 부상으로 총 66명의 인명피해를 봤다. 또 전국 최고를 자랑했던 송이 산과 수백곳의 사업장은 물론 선박과 어망·어구, 육상양식장 등을 가리지 않고 모조리 불태웠다. 이 모든 것이 불과 3~4시간 만에 벌어진 일이다.
NDMS(국가재난관리정보시스템)에 등록된 피해금액을 보면 산불이 덮친 5개 시·군 중 영덕군이 가장 심한것으로 집계됐다. 워낙 피해가 크다 보니 영덕 일부에서 이번 의성 산불을 원망하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이들은“의성 내륙에서 발생한 산불로 어째서 가장 먼 곳의 우리가 제일 큰 피해를 당하냐"라며 억울해 하고 있다.
경북 산불의 시간을 되돌려보면 이들의 주장이 이해된다. 산불은 22일 오전 11시쯤 시작됐고 사흘이 지난 24일 오후 4시쯤 안동시 길안 야산까지 번졌다. 그리고 하루 만에 영덕군으로 옮겨붙었다. 최초 발화된 의성군에서 안동 길안까지 넘어올 동안 최소 3일 정도의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소방당국의 진화와 예측은 실패했고 결국 이 산불은 25일 초속 25m가 넘는 강풍을 타고 영양군과 청송군을 거쳐 영덕군 전체를 덮쳤다.
영덕읍에 사는 70대 한 주민은 “내 평생 이런 산불은 처음 본다"라고 할 만큼 거셌고 무서웠다. 이번 산불로 영덕군은 올해 전체 예산의 절반이 넘는 3천170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한평생 살았던 집이 불탔고, 수십년 땀흘려 일궈왔던 농장과 공장, 사업장 수백곳이 잿더미가 됐다. 몸이 불편한 부모를 대신해 정착한 30대 청년의 꿈도 날아갔고, 전 재산을 쏟아 귀향한 젊은 농부의 희망도 재가 됐다.
영덕 해안가 여러 마을은 산불로 폐허가 됐고 수많은 어선과 양식장 등이 불에 탔다. 이처럼 하루 밤새 산불 날벼락을 맞은 영덕군은 현재 피해복구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현실은 녹녹치 않다. 당장 피해복구에 필요한 예산만 수백억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늘 재정에 허덕였던 영덕군이 어떻게 감당할지 걱정이다. 이번 산불의 피해복구와 재기를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에서 안쓰러움이 느껴진다.

남두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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