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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준영 경북지역본부 부장 |
그럼에도 발전은 필요하다. 지역이 지속 가능하려면 외부와의 교류를 늘리고, 새로운 산업을 받아들이며, 인구 감소와 경제 침체에 대응해야 한다. 시대의 변화에 맞는 혁신 없이는 어떤 지역도 생존하기 어렵다. 따라서 변화와 개혁은 필수적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이다. 무조건적인 개발과 표준화는 오히려 지역을 획일화시키고, 그 지역만의 매력을 잃게 만든다. 각 지역이 가진 고유한 이야기가 사라진다면, 그 지역은 어디에서도 쉽게 대체될 수 있는 하나의 '비슷한 곳'이 되고 만다.
대구·경북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한 곳이다. 산업화의 초기 거점이었으며, 한국전쟁의 치열한 전장이었고, 근대화의 과정 속에서 다양한 사회, 문화적 변화를 이끌어낸 지역이기도 하다. 지금 대구·경북은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행정 통합, 신공항 등 대형 프로젝트가 하나둘이 아니다. 이런 국가적 규모의 사업 역시 지역 발전이란 외형의 확장만 앞세우지 말고 차별성과 고유한 정체성을 지키면서 그 위에 새로운 가능성을 덧입히는 과정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지역 정체성을 보존하는 일은 단순히 과거를 붙잡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지역의 이야기를 미래로 이어가는 일이다. 지역의 역사, 문화유산, 자연환경, 그리고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존중하고 계승하면서도, 이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 개발은 하되 이 지역의 역사적 정체성을 기반으로 차별화된 도시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도시들은 이 점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는 도시 재생 과정에서 고유한 골목길 문화를 지키면서 현대적 인프라를 구축했다. 일본의 교토는 첨단 산업을 유치하는 동시에 천년 고도로서의 역사성을 철저히 지켜내며 세계적인 관광도시가 됐다. 이들은 모두 지역 고유의 매력을 지키면서도 변화에 성공적으로 대응한 사례들이다.
결국, 지역 발전과 정체성 보존은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서로를 보완하며 함께 가야 할 가치들이다. 발전이란 결국 사람을 위한 것이고, 정체성은 사람과 지역을 이어주는 뿌리이기 때문이다. 지역의 미래를 고민하는 이들이라면, 단순히 더 크고 화려한 것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그곳에 사는 이들의 기억과 정체성을 존중하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
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지만, 그 변화가 지역의 고유한 숨결 위에서 이뤄질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를 갖는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낡은 것이 아니라, 오래된 것 속에 깃든 삶의 가치다. 발전과 보존, 이 두 가지 목표를 함께 껴안는 지혜가 대구·경북 지역에도 절실히 요구된다.
마준영 경북지역본부 부장

마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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