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지정문화재 10건 전소·소실… 법령상 복구 대상 제외에 제도 개선 목소리

경북 안동시 임하면 임하리 전통 가옥 괴와구려 전소 전 모습. <김기현 씨 제공>

경북 안동시 임하면 임하리 전통 가옥 괴와구려 전소 후 모습. <김기현 씨 제공>
경북지역 일부 비지정문화재가 산불 복구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논란이다. 국가나 광역자치단체가 지정한 문화재가 아닌 시·군 조례에 따라 향토문화유산으로 분류되는 '비지정유산'은 법령상 시설 복구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별도의 지원금을 받기 어려워, 복구는 커녕 그대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일각에선 이번 산불이 역대급 재난 상황인 만큼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피해 복구 사각지대 놓인 향토문화유산
경북 안동시 임하면 임하리에 있는 조선 후기 전통 가옥 '괴와구려'는 이번 산불로 본채와 별채 등이 전소됐다. 복구는 그림의 떡이다. 지정문화재가 아닌 경우 일반 주택 피해 지원금만 수령이 가능하다. 2010년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괴와구려 소유주인 김기현 씨는 "이번 산불로 수백년 가까이 마을을 지켜온 전통 고택이 타 버렸다"며 "지원 금액 범위 내에선 복구는 커녕 손도 못 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18일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 3월 발생한 대형 산불로 의성·안동·청송 등 3개 시군에서 총 10건의 향토문화유산이 전소 또는 일부 소실됐다. 안동에선 일직면 상현정과 동리재사가 완전히 불탔고, 허영정·남응원 효자비는 일부 피해를 입었다. 임하리 괴와구려와 김씨 재사 역시 재만 남았다. 의성군 단촌면 화산서원의 담장과 수목도 불에 탔고, 청송군 파천면 조용일 가옥의 본채·별채·사랑채, 청송읍 만취정 정자도 모두 탔다. 파천면 창실고택은 별채가 불탔다. 하지만 모두 '비지정문화재'로 분류돼 정부 복구 지원에서 제외된다.
◆ 향토유산도 복구 지원 대상에 포함 돼야
국가유산청은 산불 피해를 입은 문화재 중 국가지정유산과 시·도지정유산 등에 대해서만 복구 비용을 지원한다. 일부 지자체의 경우 향토 문화유산 보수 비용을 5천만원까지 늘린 곳도 있지만 통상 문화재 보수에 수억원~수십억원 비용이 들어가는 것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더욱이 지역의 향토 문화유산이 또 다시 비슷한 피해를 입을 수 있어 심각성을 더한다. 보존 가치가 있는 문화재들이 불 타 없어지는 모습을 손놓고 볼수 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질 뿐이다.
경북도에 등록된 시·군 지정 향토유산은 총 487건에 달한다. 이 중 교회, 사찰, 고택, 문집 뿐 아니라 일기, 편지 등 개인 기록물도 포함돼 있다. 조례로 지정되지 않은 비공식 향토유산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9천900건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경북도는 최근 행정안전부에 향토유산도 복구 지원 대상에 포함시켜 줄 것을 건의하고 있으나 정부는 아직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연철 경북도 문화유산과장은 "현재는 시군 자체 예산으로 일부 보수만 가능한 상황이며 구체적인 복원은 별도의 지원 없이 사실상 어렵다"며 "향토유산도 지역의 역사성과 가치를 인정받는 만큼, 국가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오주석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