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황남동 120-2호분 출토 금동관 세움장식·관테서 비단벌레 날개장식 첫 확인
출(出)자형 장식에 살아 숨쉬는 자연의 색…신라 공예기술과 왕실 상징성 조명

경주 황남동 120-2호분에서 출토된 금동관 장식부에는 거꾸로 된 하트 모양의 작은 구멍들이 정교하게 뚫려 있었고 그 뒤편에서 광택을 지닌 비단벌레 날개 조각이 확인됐다. 국가유산청 제공

비단벌레는 구조색을 띤 날개를 가진 곤충으로, 이번에 출토된 금동관 장식에 쓰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자연 상태의 비단벌레 모습. 국가유산청 제공

경주 황남동 120-2호분에서 발견된 금동관 출토 당시 모습. 국가유산청 제공

경주 황남동 120-2호분에서 출토된 금동관 모식도 및 비단벌레 날개 확인 위치. 국가유산청 제공
신라 왕족이 착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금동관에서 처음으로 '비단벌레 날개장식'이 확인됐다. 화려한 황금빛 관 위에 살아있는 생명체의 색채를 더한 이 장식이 발견되면서 당시 신라인들의 뛰어난 미의식과 공예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21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비단벌레 날개 조각은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진행 중인 '경주 황남동 120-2호분' 금동관 보존처리 과정에서 금동관에 부착된 채로 확인됐다.
황남동 120-2호분은 5세기 전반~중엽 신라 초기 왕실 체제가 본격적으로 정비되던 시기에 조성된 무덤으로, 발굴 당시의 유골 분석 결과에 따르면 무덤의 주인은 10대 후반의 여성으로 추정된다. 신라 왕족 여성 혹은 최고위 지배계층 여성일 가능성이 높다.
날개장식이 발견된 금동관은 네 단으로 층을 이룬 출자형 세움장식이 3개, 사슴뿔 형태의 장식 2개, 관을 감싸는 테로 이뤄져 있었다. 특히 관의 장식부에는 거꾸로 된 하트 모양의 작은 구멍들이 정교하게 뚫려 있었고 그 뒤편에서 광택을 지닌 비단벌레 날개 조각들이 확인됐다.
장식에 쓰인 비단벌레는 금속성 광택의 녹색·자주색·청색이 살아있는 동아시아 특산 곤충이다. 날개에 색소 대신 빛의 반사로 나타나는 '구조색'을 띠고 있다.
출토된 비단벌레 날개는 총 15장이며, 이 중 7장은 금동관에 그대로 부착된 상태로 발견됐다. 나머지 8장은 관 주변에서 떨어진 채 흩어져 있었다. 대부분은 세월이 지나 흑화(검게 변함)됐으나 일부에서는 원래의 선명한 초록빛 광채가 남아있어 당시 장식의 화려함을 짐작케 한다.
그간 비단벌레 날개는 금관총, 황남대총, 쪽샘 44호 고분 등에서 출토된 말갖춤(馬具)이나 허리띠 등의 장식에서만 발견됐을 뿐 금동관 본체에서 직접 확인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신라 장신구 제작기법과 장식 문화의 적용 범위를 새롭게 확장시키는 중요한 학술적 성과로 평가된다.
또한 출자형 세움장식은 신라 왕족의 상징으로 오랫동안 학계에서 주목받아온 형식으로, 이 장식에 고도의 미감이 깃든 비단벌레 날개가 더해졌다는 사실은 신라 지배층의 사회적 위상과 상징성을 함께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로 해석된다.

장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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