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공약에 국책연구기관 끼워넣기…공정성 무너진다”
대구는 인프라 준비된 도시…정치 배제한 공정 경쟁 촉구

2024년 6월 대구 북구 호텔인터불고 엑스코에서 열린 국립치의학연구원 대구 유치를 위한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이 플래카드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영남일보 DB>
국립치의학연구원 설립이 특정 지역을 겨냥한 정치 공약으로 등장하자<영남일보 2025년 5월 21일 1면 보도>, 대구 지역 의약·치과 단체들이 22일 공동성명을 내고 "국가 보건의료정책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전례"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국립치의학연구원은 대한민국 구강보건과 치의학 산업의 미래를 설계할 국가적 핵심 기관"이라며 "그 설립 과정이 과학과 정책의 영역이 아닌, 선거 전략과 지역 공약의 도구로 전락하는 현실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번 성명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가 최근 '동네공약' 형식으로 연구원 설립을 특정 지역에 약속한 데 대한 대응이다.
현재 보건복지부가 연구용역을 통해 연구원 입지의 타당성을 과학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정치 선점은 제도 신뢰를 근본부터 흔든다는 지적이다.
의약단체들은 "연구원 설립이 표심을 겨냥한 지역 '개발 예산'처럼 언급되면서, 국민과 의료계가 이 기관의 공공성과 중립성에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성명에 이름을 올린 단체들은 대구시의사회, 치과의사회, 한의사회, 약사회, 간호사회, 치과기공사회, 치과위생사협회 대구경북회, 대구경북치과의료기기 산업회 등 지역 보건의료계를 대표하는 8개 단체다.
이들은 "정책은 특정 지역 표를 얻기 위한 수단이 되어선 안 된다"며, "공정한 절차 없이 국립기관 입지를 선점하는 방식은 정권이 바뀌거나 정국이 흔들릴 때마다 국가계획이 출렁이는 원인을 만든다"고 우려했다.
보건의료계는 특히 대구가 국립치의학연구원 유치의 최적지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대구에는 경북대 치과대학을 비롯해 치과기공사와 위생사 인력이 풍부하고, 국내 최대 치과 재료 산업 클러스터가 형성돼 있다. 여기에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과 의료기술시험연구원, 대구테크노파크 등 첨단 의료산업 인프라도 갖춰져 있다.
"산업·교육·연구가 융합된 생태계가 이미 갖춰진 대구야말로, 연구원이 설립 즉시 본래의 기능을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지역"이라는 게 지역 치의학계의 일관된 주장이다.
성명에서 이들은 "연구원 설립 논의는 정치가 아닌 과학과 데이터, 국가 균형발전 전략에 입각해 이뤄져야 한다"고 못 박았다.
특히 보건복지부에 대해 "현재 진행 중인 연구용역 결과를 존중하고, 그 결과에 기반한 공모 절차와 공정한 평가를 반드시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대구시에 대해서도 "이제라도 연구원 유치를 위한 전담 조직을 재편하고, 산·학·연 연계를 통한 실질적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통령 후보를 향해서는 "국가기관 유치를 지역표 확보 수단으로 삼는 구태를 이제는 끊어내야 한다"고 직격했다.
이들은 끝으로 "국립치의학연구원이 국민적 신뢰 위에서 출발해야, 이후에도 잡음 없이 운영될 수 있다"며 "정당한 경쟁, 투명한 기준, 과학적 평가가 이뤄져야 연구원 설립이 국가 정책으로 존중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미래를 위한 과학적 기준 위에서 논의되어야 할 이 중대한 기관이, 특정 정치세력의 공약 속 '지역 선심'으로 다뤄지는 현실은 묵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