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제21대 대통령선거 2차 후보자 토론회가 생중계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제2차 TV토론에서는 기초연금 인상, 고령자 고용보험, 연금 개혁 방안 등 초고령사회 대응을 둘러싸고 후보 간에 뜨거운 공방이 벌어졌다.
특히 기초연금 월 70만 원 인상과 관련해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간 입장 차이가 도드라졌다는 평가다.
권영국 후보는 "작년 기준 1인 가구 최저 생계비가 133만 원인데, 국민연금 수급액이 67만 원"이라며 "기초연금을 70만 원으로 인상해야 최저 생계비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금만 올리면 22조 원 정도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바람직하나 재정 여건상 쉽지 않다"며 "부부 감액 제도를 먼저 원상복구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답했다. 또 "지금은 재정이 그걸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현실적 한계를 언급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기초연금 수급자들이 생계급여·의료급여가 삭감되는 이른바 '줬다 뺏는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왔다. 권 후보는 "이는 가장 취약한 어르신의 삶을 위협하는 문제"라며 개선을 촉구했고, 이재명 후보는 "그런 구조는 반드시 고쳐야 한다. 기본소득형 제도가 필요하다는 판단도 있다"고 동의했다.
고용보험 적용 연령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권 후보는 "65세 이상은 신규 취업 시 고용보험 적용이 안 된다"며 "국가인권위에서도 연장 적용을 권고한 바 있다"고 지적했고, 이 후보는 "정년 연장, 연금 개시 연령 등 복합적 문제와 얽혀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연금 재정에 대해 주로 따져 물었다. 그는 이재명 후보에게 "간병비만 연간 15조 원이 소요되는데, 건강보험 재정이 2033년에는 마이너스 30조 원으로 추정된다"며 "이런 와중에 재정 여력은 어디에 있느냐"고 공세를 펼쳤다.
이재명 후보는 "우리 재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했고, 이준석 후보는 "그렇게 절감 가능한 비용이 2~3조에 불과하다. 결국 건보료를 올릴 수밖에 없는 거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국민의힘 김문수·민주노동당 권영국·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가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1대 대선 2차 후보자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 촬영하기 위해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금 개혁에 대한 접근 방식에서도 두 사람은 충돌했다. 이 후보는 "완벽한 연금개혁은 없다. 이번 모수 개혁도 부족하지만 안 하는 것보단 낫다"고 했고, 이준석 후보는 "신·구연금을 분리하자"며 "젊은 세대는 5천만 원 더 내고도 2천만 원밖에 못 받는 구조다. 결국 세대 착취"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이에 "그렇게 분리하려면 609조 원이 추가로 필요하다"며 "정치는 실현 가능한 선택을 해야 한다. 비평가처럼만 말해선 안 된다"고 받아쳤다.
한편 이재명 후보는 1차 토론 당시 화제를 모은 '호텔 경제학'을 다시 언급하며 사실상 해명을 시도했다. 그는 "밥 맥티어나 미하엘 슈미츠, 루카스 등이 언급한 경제학 개념이다. 호텔에 투숙객이 한 명 와서 100달러를 돌리고 나갔다. 돈이 순환하며 경제 효과가 생긴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준석 후보는 "호텔 예약을 취소한 사례와 다르다"며 "그걸 인용하는 건 현실 정책 설명과는 거리가 있다"고 반박했다.

정재훈
서울정치팀장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