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권 90% 공석, 지원자 30명 이내…진료 유지마저 불투명
필수과 연봉 2배 제안도 속출…“전문의가 유일한 해법”
진료용 컴퓨터와 진료기구(검이경)가 배치된 깔끔한 의료 공간에서, 책상 중앙에는 신사임당이 그려진 5만 원권 지폐 뭉치가 시선을 끈다. 지폐 옆에는 청진기가 놓여 있고, 배경에는 간소한 진찰대가 자리하고 있다. 전문의 '몸값 상승'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이미지다.<영남일보 AI 제작>
텅 빈 전공의 대기실과 달리, 대구 시내 상급종합병원의 진료실은 '폭풍 전야' 같은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정부가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내놓은 전공의 추가 모집 카드가 사실상 무력화되면서, 현장에 남은 전문의들의 피로도는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오후 원서 접수를 종료한 경북대병원과 칠곡경북대병원의 수련 현황을 파악한 결과, 전체 인턴·레지던트 정원 378명 중 지원 서류를 낸 인원은 단 19명뿐이었다. 모집 인원의 95%가 공석으로 남은 것. '수급 절벽' 현실이 수치로 증명된 셈이다. 전날 접수를 마감한 대구파티마병원은 지원자가 '제로(0)'였다. 대구가톨릭대병원과 영남대병원 역시 지원 현황 공개조차 꺼릴 만큼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이 같은 인력난은 의료 시장의 기형적인 과열을 부추기고 있다. 전공의 의존도가 높았던 수련병원들이 당장 진료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외부 전문의 확보에 사활을 걸면서다.
일부 중소병원은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상급병원의 전문의를 '스카우트'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특히 필수의료 과목을 중심으로 '연봉 2배 인상'이라는 파격적인 제안이 물밑에서 오가는 등 전문의 확보를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현장 의료진들 사이에선 당장의 가치 상승보다 구조적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대구의 한 대학병원 의료진은 "대안 없는 인력 이탈 상황에서 유일한 고육책은 기존 전문의를 붙잡아 두는 것 뿐"이라며 "희소성 프리미엄이 붙고 있지만, 이는 곧 현장에 남은 이들이 짊어져야 할 업무 강도가 한계를 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진단했다.
실제 28일 마감을 앞둔 계명대 동산병원 등 지역 내 주요 거점 병원들은 전공의 부재에 따른 진료 일정 재편에 들어갔으나, 인력 확충 없는 재편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전문의들이 전공의 업무까지 떠맡는 현재의 기형적 구조가 고착화될 경우, 결국 의료진의 집단 번아웃이 지역 의료 안전망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른다.
결국 이번 사태의 향방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의 실효성 확보와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 그리고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의 체질 개선 등 제도적 해법이 얼마나 신속하게 맞물리느냐에 달려 있다.
또 다른 현장 관계자는 "지금의 병원은 불 꺼진 건물에 전문의들만 남겨진 위태로운 상태"라며 "이 구조가 장기화한다면 전문의들조차 현장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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