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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지대] 실버민주주의와 고착화되는 정치적 양극화

2025-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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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상 행복한가족만들기 연구소 출산양육 萬人포럼 대표
내일이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이다. 선거전이 진보와 보수가 세력을 집결해 싸우는 내전 같다. 우리 사회는 서로 마주 앉아 대화가 힘들 정도로 나뉘어져 있다. 서로가 자신의 진영 후보만을 옹호하고, 상대방이 상대 후보를 왜 지지하는지 알기 힘들 정도로 성향이 뚜렷하다. 진보는 “내란 세력, 동조세력 심판해야”라고 주장하고, 보수는 “범죄자가 대통령 되어선 안 된다”고 외치고 있다. 서로 보고 싶은 것만 바라본다. 오랜 친구들 간에도 정치적 성향을 물어보는 게 조심스럽다.

이런 분열 사태는 일시적으로 발생한 게 아니다. 삶의 연륜 속에서 체화되고 누적된 결과물이다. 보수를 지지하는 사람은 그것을 선택한 논리가, 진보를 지지하는 사람 또한 논리가 각각 분명하다. 그에 따른 감정과 이해관계도 비장하다. 쉽게 바뀌지 않는다. 바뀌면 '배신자'라는 프레임이 작동한다.

걱정되는 것은 정치적 양극화가 오랫동안 고착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 사회의 인구구조가 역피라미드 형이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서 선거인 4천436만명 가운데 50대가 868만명(19.6%)으로 가장 많고, 50대 이상이 52.7%를 차지한다. 반면에 40대 이하가 47.3%로 적다. 현행 인구구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젊은 층이 줄어들고, 앞으로 이런 추세가 20년 이상 지속될 것이다. 게다가 고령층일수록 투표율이 높고, 청년층일수록 낮다. 2022년 치러진 20대 대선에서 50대 투표율이 81.4%, 60대가 87.6%, 70대 이상이 86.2%였던 반면에 20대 71.1%, 30대 70.7%, 40대가 74.2%로 10% 이상 차이를 보였다.

고령층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짐에 따라,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50대, 60대, 70대의 노년층 영향력이 과도하게 커질 것이다. 일본에서 이런 실버민주주의의 폐해를 보였듯이, 우리 사회도 현행 진영논리가 점점 고착화되고 그에 따라 긍정적 변화를 가로막을 위험성이 높아졌다.

먼저, 정치적 양극화와 세대 갈등이 심화될 것이다. 고령층과 청년층은 삶의 배경과 가치관, 정치적 성향에서 차이를 보인다. 실버민주주의로 인해 노년층의 정치적 의사가 일방적으로 반영될 경우, 청년층은 정치적 소외감을 느끼고 민주주의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될 수 있다.

둘째, 세대 간 형평성이 악화될 것이다. 노인층은 연금, 복지, 의료 등 본인의 생활과 직결된 정책에 집중하게 되며, 정치인들은 표를 얻기 위해 이들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반면 청년층은 인구 비중이 낮고 투표율도 낮은 경향이 있어 정치적 영향력이 약하다. 이로 인해 청년 실업, 주거 불안, 교육 기회 불균형 등 미래 세대의 문제가 상대적으로 소외된다.

셋째, 정책의 단기적 성향이 강화될 것이다. 고령 유권자는 미래보다는 현재 삶의 질을 중요시하므로 장기 개혁이나 구조조정에 대한 지지가 약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연금개혁, 기후변화 대응 등 장기 국가 과제들이 정치적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넷째, 기술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낮아질 것이다. 노인 유권자는 새로운 기술, 산업 변화에 둔감하므로, 디지털 전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적시에 형성되기 어려울 것이다.

실버민주주의의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특정 세대가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세대 간 공존과 균형을 지향하는 정책 설계, 청년층의 정치 참여 확대, 그리고 중장기적인 국가 비전 수립이 필요하다.
이제상 행복한가족만들기 연구소 출산양육 萬人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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