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수출 모두 ‘빨간불’…청년 일자리도 없다

한국은행 제공.
드디어 6·3대선일이 밝았다. 차기 정부는 저성장이라는 어두운 터널을 통과해야 하는 막중한 책무를 짊어지게 된다. 현재 대한민국은 내수 부진의 골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미국 관세장벽의 충격파까지 더해져 수출·내수 양방향에서 '빨간불'이 켜진 형국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8%로 제시했다. 지난 2월 전망(1.5%)에 비해 0.7%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한은의 전망치는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발표한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1.0%)보다 낮은 수준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전망과는 동일하다.
한은의 전망이 맞아떨어진다면 올해 성장률은 2009년(0.8%)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까지 추락하게 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대 이하의 성장률을 기록한 건 팬데믹 초창기인 2020년(0.7%)밖에 없다.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이처럼 큰 폭으로 낮춘 직접적 배경은 내수 부진이다. 실제 지난 1일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 등에 따르면 올해 1~4월 평균 소매판매액 불변지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0.2% 감소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여행 수요 등을 중심으로 서비스 소비가 내수를 뒷받침했지만 최근에는 이런 흐름도 약해지고 있다. 1~4월 서비스업 생산 불변지수 평균은 작년 동기보다 0.3% 증가했다. 이는 2020년(-1.4%) 이후 같은 기간 기준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건설경기 부진은 역대급이란 평가다. 1~4월 공사실적을 나타내는 건설기성(불변)은 작년 동기보다 21.0% 줄었다. 이는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7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1~4월 기준 가장 크게 감소한 것이다. 때문에 실물경제에 파급효과가 큰 건설경기의 부진은 국내 전체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뇌관이 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수출도 부진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2024년 5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5월 수출은 572억7천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감소했다. 이는 지난 1월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다. 올해 들어 수출은 2월 4.9%, 3월 3.1%, 4월 13.8%로 계속 증가세를 유지했으나, 5월 들어 다시 하락세로 전환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경제 성장 엔진이 꺼지고 있다는 점이다. '쉬는 청년'이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15~29세 중 쉬고 있다고 응답한 '쉬었음 청년'은 50만4천명으로 사상 첫 50만명을 넘어섰다. 2003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대치다.
'쉬었음 청년'은 경제활동인구조사 때 취업이나 진학 준비 없이 '쉬고 있다'고 답한 비경제활동 청년 인구를 일컫는다. 특히 '쉬었음 청년' 중 지난 1년간 구직 활동 자체를 한 적이 없다고 응답한 청년도 절반이 넘는 53.4%나 됐다. 갈수록 늘어나는 일자리 부족 현상과 기업의 경력직 선호 추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통계청 조사에서도 청년들이 쉬는 이유로 가장 많이 꼽은 게 '적합한 일자리 부족(38.1%)'이었다. 앞으로 나아질 가능성도 크지 않다. 최근의 내수 부진과 대외 불확실성 확대로 일자리 창출에 나서야 할 기업들은 투자는 커녕 구조조정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이로 인해 청년들 사이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된다'는 절망감이 팽배해 있다는 전언이다. 무엇보다 이른바 '부모 찬스'와 같은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을 실감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뼈아프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3년 청년층 상위 20%의 소득은 하위 20%의 2.5배인 반면, 청년들이 부모의 도움 없이 보유하기 힘든 부동산 등 순자산 격차는 무려 38배에 달했다.

구경모(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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