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후 다양한 사회적 의제들이 분출하지만 간과하는 게 하나 있다. 법과 정치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일이다. 이에 대한 새 정부의 확고한 국정철학 부재는 최근 긍정적 행태와 부정적 사례들이 뒤엉켜 혼란스러운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법·검 개혁에 사적 감정과 당파적 이해가 개입하면 더 심한 왜곡과 비정상을 낳을 뿐이다.
법원이 어제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에 대해 기일 변경과 추후 지정 조치를 취한 것은 다행이다. 대통령 불소추 특권을 재판에도 적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 법 감정으로는 혼란스러운 게 사실이지만, 대통령이 취임 이전 재판이나 재임 중 수사, 고발에 사사건건 휘말리면 국정은 마비될 게 뻔하다.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이란 법 취지와 함께 그런 현실을 고려한 판단이었을 것이다.
새 정부는 역주행이다. 헌재 재판관으로 대통령의 변호를 맡았던 변호사를 임명하려는 것은 누가 봐도 비정상이다. 헌재는 법질서 최후의 보루다. 중립성과 독립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통령 변호인을 재판관에 앉히면 안 된다는 법은 없지만, 그 재판을 누가 공정하다고 믿겠나. 당장 철회하는 게 마땅하다. '대법관증원법' '검사징계법', 법원 판결을 헌법소원 대상에 포함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더 많은 공론화로 법안을 한층 숙성시켜야 한다.
권력분립의 원리와 정치의 기능, 법의 이념을 이해하면서 '법-정치 관계의 정상화'에 새 정부의 보다 깊은 관심과 철학적 천착(穿鑿)이 요구된다. 법 전문가들이 모였다는 윤석열 정권의 실패도 결국 법치주의 원칙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 아닌가. 새 정부 시작부터 같은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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