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오늘(16일)까지 장·차관 및 공공기관장 후보자를 국민으로부터 추천받겠다고 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선 캠프 출신들이 고위 공직을 맡는 것은 관행이었다. 특히 공공기관장 자리는 전리품이 돼, 전문성이 없는 캠프 인사가 맡는 경우가 허다했다. 국민추천제는 이런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동시에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인사권의 일부를 국민에게 넘겨 국민주권시대를 열어 가겠다는 취지다. 여기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 추천을 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극복과정을 진두지휘해 온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과 2011년 '아덴만 여명작전'의 영웅이자 응급의료 체계 개선에 기여한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이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추천된 것은 새로운 고위 공직자 인사 제도에 대한 국민의 기대감을 보여주는 것이다.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려면 국민 추천제가 '이 대통령 사람'을 발탁하기 위한 명분용으로 포장돼서는 안된다. 추천된 인사중엔 캠프에 있지 않았지만, 캠프 인사보다 더 친(親) 이재명 사람도 포함돼 있다. 역량있는 진보진영 인사가 국민 추천제에서 역차별을 받아서는 안되는 것처럼, 논란이 되는 친 이재명 인사가 국민 추천을 받았다는 이유로 중요한 자리를 맡는 게 당연시 돼서는 안된다. 대통령실은 오늘까지 추천받은 인사들중 가능성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인사 검증을 할 것이다. 고위 공직은 전문성과 도덕성·정책 이해도·위기관리 능력 등 다면적인 자질이 요구된다. 대통령실은 검증 과정에서 국민이 추천했으니 곧 적임자라는 단선적인 판단을 캠프 출신이나 친 이재명 인사들에게 적용해서는 안된다. 국민 추천제라 하더라도 인사의 기준과 철학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이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명확히 인식하길 바란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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