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승완 유메타랩 대표
필자가 처음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비즈니스를 시작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낯설고도 날카로웠다. "그게 사업이 되겠느냐", "AI가 알아서 다 해주는 시대에 굳이 프롬프트를 설계해야 하느냐"는 질문들이 쏟아졌고, 때로는 그 조롱이 노골적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필자는 확신이 있었다.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들이 있었다. 생성형 인공지능의 발전은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인간과 기계의 대화를 전면적으로 재정의하고 있었다. 그 속에서 프롬프트—즉, AI에게 일을 시키는 질문의 방식과 설계—는 단순한 입력이 아니라 하나의 언어이자 사고 구조가 되고 있었다.
비즈니스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필자는 조용한 변화를 목격했다. 작은 파일럿 프로젝트에서 시작한 컨설팅은 점점 대형 기업들의 러브콜로 이어졌다. 서울로도 진출하면서 많은 고객들이 찾아왔고, 많은 매출 성장을 경험했다. 필자가 뛰어들었던 낯선 무대는 어느덧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특히 에이전트 AI의 등장으로 이를 설계하기 위한 프롬프트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고, 비웃던 이들도 지금은 비슷한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최근 필자는 커서(Cursor) 관련 도서를 출간했다. 코딩을 도와주는 AI 어시스턴트 프로그램이다. 반응은 비슷했다. "장난감 수준 아니야?", "이걸 누가 진지하게 보겠어." 그러나 필자는 커서를 통해 2주 만에 수익을 창출하는 새로운 서비스를 론칭했다. 이미 시장은 반응하고 있었다. 움직임이 결과를 만든다는 점에서, 필자는 확신을 거듭하게 되었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작을 미룬다는 점이다. 필자 역시 완벽하지 않은 채로 시작했다. 오히려 완벽에 대한 집착이 변화를 방해한다고 느꼈다. 세상은 누구의 준비가 끝나기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변화는 언제나 우리보다 한 발 앞서 있다. 그리고 그 변화는 무대 위에서 일어난다.
관객석에 앉아 있는 한, 그 변화를 경험할 수 없다. 관객은 평론가가 될 수는 있어도 주인공이 될 수는 없다. 무대 위에서 뛰는 사람과 객석에서 지켜보는 사람의 차이는 능력이 아니라 결단이다. 조명이 눈부시고, 수많은 시선이 부담스럽고, 실수할까 두렵다 하더라도, 무대에 오르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
관객석은 안락하다. 평가하고, 비교하고, '나도 그 생각은 했었는데'라고 말할 수 있는 공간. 하지만 준비가 덜 됐다고, 아직 때가 아니라고 말하는 동안에도 무대는 이미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고 있다.
필자는 여러 번 무대에 올랐고, 매번 두려움과 싸워야 했다. 때로는 비난도 받았고, 때로는 실패로 돌아선 실험도 있었다. 그러나 확실한 건 단 하나다. 무대 위에 있었기에 배울 수 있었고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관객석에 있었다면 절대 얻을 수 없었을 교훈들이다.
오늘도 새로운 기술이 쏟아지고, 새로운 질문이 던져지고 있다. 변화의 파도는 거세고, 선택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그래도 무대는 여전히 열려 있다. 다만, 어떤 이는 여전히 기회를 노리며 다시 계획을 세우고 있고, 또 다른 이는 다소 불완전하고 두렵더라도 조용히 무대에 오르고 있을 뿐이다.
관객으로 남을 것인가, 배우로 참여할 것인가. 그 질문은 결국 삶을 대하는 태도를 묻는 것이기도 하다. 필자는 오늘도 무대에 선다. 그곳이 불완전하고, 낯설고, 때로는 두렵더라도 말이다. 무대 위에 있어야 비로소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만 진짜 변화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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