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불황형 휴가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장거리 해외여행 대신 국내나 가까운 곳으로 휴가를 떠나는 이른바 '스테이케이션(Stay+Vacation)'이 새로운 추세로 떠오른다. 장기 불황에 움츠러든 소비자들이 여행을 안 가겠다는 게 아니라, 더 가까운 여행지를 선택하거나 기간을 줄이는 등 비용을 절약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속을 차리면서 충분한 휴식을 하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여겨진다.
다국적 컨설팅업체인 딜로이트가 최근 미국인을 상대로 올여름 휴가 관련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4%는 현지 지출을 줄이겠다고 답했으며, 해외 대신 국내로 목적지를 변경(21%)하거나, 기간을 3박 이하로 줄이겠다(41%)는 등 '알뜰형 휴가'가 대세로 자리 잡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도 비슷한 경향이다. 한국관광공사는 올 관광 트렌드로 "지역 내 체류, 도심 호텔이나 근거리 여행, 맞춤형 휴식 선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테이케이션 덕분에 '바가지' 논란으로 철퇴를 맞았던 제주도에 국내 관광객의 발길이 다시 늘고 있다. 내국인 관광객이 지난 5월 황금연휴 기간에 최대 18% 증가했으며, 관광 비수기인 지난 현충일 연휴 땐 제주행 항공편 좌석이 동나기도 했다. 또 최근 여행지 검색 순위에 국내 명소나 백화점, 쇼핑몰이 상위권에 올라오고 있다는 것.
지방의 도시들은 '스테이케이션' 경향에 반색한다. 지역 경제 활성화는 물론, 생활인구 확대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때마침 이재명 대통령도 다양한 근로자 휴가 지원을 공약한 만큼 국내 관광 활성화를 기대해 봄 직하다. 윤철희 수석논설위원

윤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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