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현호 (주)콰타드림랩 대표
입시를 준비하는 지역의 청소년들과 함께 진로·진학 설계를 이어가고 있다. 지원이 필요한 계층의 청소년을 돕는 비영리 재단과 함께 진행하는 연중 프로젝트이다. 수십명의 학생들과 한 해에 걸쳐 미팅을 이어가며 진학·진로 고민에 대해 솔루션을 모색한다. 그간 메디컬 계열의 대학교와 여러 상위권 대학으로 청소년들의 진학을 도왔다.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진행한 파트는 멘털(마음) 교육이다. 다년간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며 청소년이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교육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기의 뇌는 아직 전두엽이 완전히 성숙하지 않아 감정조절과 충동억제 기능이 불안정하다. 그만큼 외부 자극에 취약하고 실패나 비교, 비난에 쉽게 흔들린다. 학습 상황에서의 멘털은 단순한 기분의 문제가 아니다. 감정 조절력, 회복력, 자기 효능감, 일상의 루틴 회복 능력 등으로 구성된 학습 성과의 기반 인프라다. 이 기반이 무너지면 좋은 결과를 도출하기 힘들다. 하버드 의대 존 레이티(John Ratey) 교수도 집중력 저하의 핵심 요인으로 감정 스트레스를 꼽는다. 또한 심리학자 바버라 프레드릭슨(Barbara Fredrickson)의 연구에 따르면 긍정 정서는 인간의 사고 폭을 넓히고 창의성과 문제 해결력, 회복력을 증진시킨다고 한다. 반대로 부정 정서는 시야를 좁히고 학습 능력을 저해한다.
어떤 학생은 책상 앞에만 앉아 있으면 불안하다고 말한다. 자신이 틀린 문제를 밤새 반복해서 떠올리며 자책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압박, 초조 증세가 동반되는 시험 불안으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학생들의 고민도 현장에서 자주 듣는다. 자신의 공부가 흔들리는 이유를 문제풀이 방식이나 공부법에서 찾지만 정작 공부 감정을 회복하는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멘털의 취약성은 단기적 성적 저하보다 학습 무기력이라는 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부정적인 감정을 긍정적인 감정으로 변화시키는 감정 관리 기술을 배워야 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멘털 관리는 훈련 가능한 능력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의 마틴 셀리그먼(Martin Seligman) 박사는 실패와 부정의 상황에서 빠르게 인지력과 정서 안정성을 되돌리는 회복 탄력성(resilience)이 학업 성취와 밀접하게 연결된다고 말한다. 이러한 회복 탄력성 또한 훈련이 가능하다.
교육심리학자 캐럴 드웩(Carol Dweck)은 실패는 성장의 일부라는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을 강조한다. 하지만 멘털이 무너지면 이런 성장 마인드 셋은 작동하지 않는다. 실패를 결과론적 실패로만 받아들이고, 실수를 자기 부정으로 연결시키며 결국 열정 자체를 잃어버리게 된다. 멘털이 약하다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누구나 흔들릴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흔들린 뒤 다시 회복하는 능력, 그 회복을 위한 구체적 루틴을 가지고 있느냐다.
최근 몇 년간 나는 공부 멘털 트레이닝이라는 주제로 수많은 학생을 만나왔다. 극상위권 학생일수록 감정 조절과 일상 루틴 관리를 중요하게 여긴다. 하루 10분이라도 자신의 감정을 점검하고, 루틴을 정비하고, 마음을 다잡는 시간을 갖는 그 짧은 시간들이 공부의 지속성과 회복력을 만들어낸다. 멘털이 흔들릴 때 학습도 흔들린다. 하지만 멘털을 훈련하고 회복할 수 있다면 공부도 다시 흐름을 탈 수 있다. 청소년 자녀를 둔 학부모와 청소년들이 이러한 멘털관리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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