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0일)부터 본격적으로 장마가 시작된다. 올해 장마는 최대 4주가 예상된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한반도의 장마형태는 근년들어 국지적으로 짧은 시간에 엄청난 비를 퍼붓는 모양새로 바뀌었다. 지난해는 경북 상주시 모서면이 689㎜를 기록했고, 북부권 24개 읍·면·동에서도 500㎜ 이상의 폭우가 쏟아졌다. 2023년에는 대구지역 누적 강수량이 440㎜에 달했다. 시간당 50㎜는 이제 일상화된 느낌이다. 김해동 계명대 교수(지구환경학과)는 "올해 장마도 단시간 강한 비가 내렸다가 소강상태를 보이고 다시 폭우가 반복되는 불규칙한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시간당 100㎜가 쏟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 장마철에 우리지역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곳은 지난 3월 대형 산불이 발생한 경북 북부지역 5개 시·군이다. 산불로 인해 물을 품고 있어야 할 산림이 사라지면서 폭우가 골짜기를 타고 곧장 흘러내리면서 순식간에 마을을 덮칠 수 있다. 지반이 약해진 상태에서 산사태 발생 가능성도 어느 때 보다 높다. 경북도가 위험지역을 선정해 옹벽을 설치하는 등 대비에 나선 것과 별도로 민관이 함께 위험징후를 파악하고 신속 대피할 수 있는 로드맵도 필요하다.
집중 폭우는 도심도 가리지 않는다. 2023년 오송 지하차도 및 2022년 포항 아파트 지하주차장 참사가 대표적이다. 사실상 인재에 가까웠다. 폭우가 만들어내는 도로의 씽크홀이나 포트홀로 인한 교통사고, 강변 차량침수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한 달 동안 공무원은 물론 시도민들도 '천재(天災)는 피할 수 없지만, 철저한 대비로 인재(人災)는 막아야 한다'는 각오로 장마에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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