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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세상] 당신은 이곳과 어울리지 않습니다

2025-06-26
우광훈 소설가

우광훈 소설가

고독은 단절을 의미합니다. 그것은 개인과 사회라는 두 극단의 마디가 날카로운 가위의 양날에 의해 싹둑 잘려 나가는 듯한 묘한 상실감을 우리에게 안겨줍니다.


내가 있어야할 곳이 '여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내가 어울리고 있는 사람들이 '우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애써 외면한 채 살아가는 이들과 종종 마주하곤 합니다. 그들은 인생은 짧고 유한하며 일회적이어서 결코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 역시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낮달 같은 타성에 젖어 결코 그 지옥 같은 상황 속에서 헤어나려 하지 않습니다. 그러한 이들에게 인생은 무기력과 권태 그리고 자기변명의 연속일 뿐이며, 세상은 더없이 잔인하고 냉혹한 방식으로 그들 위에 군림합니다. 물론, 이 불우한 늪에서 벗어나 미지의 세계를 향해 모험을 감행하는 용기 있는 자들도 있습니다. 그들은 결코 타인의 시선이나 기득권의 상실 따위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주체로서의 삶에 한층 더 다가서고자 노력하는 아웃사이더이기 때문입니다.


잠시, 과거로 시간을 되돌려봅니다. 1987년 6월. 군사독제타도와 민주화항쟁이 절정에 달했던 시기였죠. 제 주변 친구들은 모두 화난 얼굴로 함성을 지르며 거리로 몰려다녔습니다. 물론 무뇌아였던 전 어쩔 수 없이 그 무리와 함께 했지만 '이곳과 어울리지 않는다…….'라는 불편한 감정을 좀처럼 떨쳐낼 순 없더군요. 전 차츰 그들의 순수함을 의심하기 시작했고, 그 의심은 날카로운 상처가 되어 다시 나를 괴롭혔습니다. 전 결국 그 무리를 떠나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도망간 곳이 도서관이었죠. 외톨이가 된 전 그 무덤 같이 어둡고 습한 곳에 웅크리고 앉아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습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는다면 나란 존재가 산산조각 나 버릴 것만 같았으니까요. 원인 모를 공허와 그로인한 두려움……. 그런 것들에 가위눌리며 하루하루를 낯선 문장과 함께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죠. 전 이 도서관에 저와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전 그들과 함께 밤을 세워가며 서로의 상처와 절망들에 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그들 덕분에 전 이기적인 게 아니라 개인적이었다는 사실을, 회색이 아니라 그저 무채색일 뿐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죠. 그리고 세상에 대한 제 나름의 시선과 해석으로 글이라는 것을 끄적이기 시작하였고, 결국 운 좋게도 소설가가 되었습니다.


지금의 전, 그 시절의 선택과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는지도 모릅니다. 만약 그런 용기 있는 행동이 없었다면 전 아직도 제가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도 모른 채 그저 권력의 눈치를 보고, 마음 좋은 척 바보 같은 미소를 머금으며, 허겁지겁 한 끼 식사를 해결하고, 퇴근해 멍하니 티브이를 응시한 다음, 이를 닦고 피곤해 잠이 드는, 그런 무기력한 삶의 쳇바퀴 속에 영원히 갇혀 버렸을지도 모르지요.(물론 이런 평범한 삶이 가치 없다거나 의미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참고로, 저에겐 책과 도서관 못지않게 아름다운 것이 또 하나 있습니다. 야구라는 스포츠입니다. 포수와 투수, 투수와 타자, 타자와 야수 사이를 오가는 그 이질적인 시선 속에서 전 이상하게도 원인모를 단절감 같은 것을 느끼곤 합니다. 특히,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멀리 날아 가버린 야구공의 행방'은 저에겐 너무나 매혹적인 미(美)의 상징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그걸, 홈런(Home Run)이라 부른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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