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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완 칼럼] 대통령의 용인술

2025-06-26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인사 키워드는 지용임신(知用任信)이다. 관자에 나오는 말로 '아는 사람을 쓰고, 믿고 맡긴다'는 뜻이다. 박 정부 내각과 청와대 진용을 봐도 그렇다. 핵심 측근을 전진 배치하고, 한 번 써 본 사람을 중용했다. 출신 지역이나 학교, 성별에 대한 안배가 없었다는 점은 아쉬웠다. 하지만 박근혜 인사 코드의 진짜 맹점은 'Mr. 쓴소리' 배제였다. 당태종 때 위징처럼 직언할 인물을 곁에 두지 않았다. 최순실 같은 비선 발호의 여지가 열려 있었던 셈이다.


이명박 정부 초기 고위직 인사는 '고소영' '강부자'로 희화화됐다. 고려대 학맥, 소망교회 인연, 영남지역 출신이 득세했고, 강남 거주, 부동산 부자들이 유독 많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용인술은 '캠코더'로 웅변된다. 캠프 출신, 같은 코드, 더불어민주당 출신이 고위직에 발탁됐다. 특히 코드에 집착했다. 청와대 참모와 내각이 시민단체, 운동권 출신들로 채워졌다. 미국 심리학자 어빙 재니스는 비슷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면 '우리(we)'라는 공동체 의식 때문에 비판과 토론 기능이 위축된다고 분석했다. 문 정부의 정책 난맥상이 코드 인사의 폐해일 수 있겠다 싶다.


윤석열 정부 1기 내각은 '서오남'으로 대변됐다. 서울대 출신, 50대, 남성이 주류였다. '아가패' 인사란 말도 관가를 배회했다. 아는 사람, 가까운 사람, 패밀리란 뜻이다. 탕평은 없었다. '검사 윤석열'과 연(緣)이 닿은 검사들이 중용되면서는 '성골 검사'란 조어가 나돌았다. 같은 수사팀이나 같은 검찰청 근무 인연, 카풀 멤버, '밥 총무', '술 동지', 윤 대통령의 장모와 김건희 여사 변호인까지 그들의 사적 연결고리는 끈끈했다.


우리 대통령들뿐이랴. 내 편만 챙기는 인사는 예외 없이 실패로 귀결됐다. 장제스의 국민당이 국공내전에서 패망할 무렵, 스튜어트 주중 미국대사가 미 국무부에 보낸 전문의 한 대목. "장제스는 용인(用人)에 문제가 많다. 임인유친(任人唯親·친한 사람만 요직에 기용함)이 지나치다. 무능한 지휘관이 대세를 망치는 일이 빈번하다".


11개 부처의 장관 후보자가 내정되면서 이재명 정부 용인의 윤곽이 드러났다. 현장 중심, 전문성 중시, 실용주의가 눈에 띈다. 여당은 '탕외이' 인사라고 자찬했다. 탕평, 외부인사, IT에 방점을 찍었다는 의미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유임은 여러 함의를 내재한다. 네이버 출신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와 LG AI연구원장 출신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지명엔 '실사구시' 복선이 깔려있다. 1호 과제는 '소버린 AI'다.


'군주의 조건'은 조선왕조실록 및 사료·고증을 바탕으로 왕들이 펼친 리더십을 수신(修身), 의리(義理), 용현(用賢·어질고 총명한 사람을 등용함), 공효(功效), 건저(建儲·왕세자를 정하는 일) 등 다섯 분야 33가지 덕목으로 정리한 책이다. '부득탐승'이 위기십결(圍棋十訣)의 으뜸이듯 군주의 첫째 덕목은 단연 용현이다. 용현의 필수조건이 지감(知鑑)이다. 지감은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을 말한다.


아직은 예단하기 어렵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용현과 지감은 평균점을 넘는 듯하다. 모름지기 임인유친을 지양하고 유재시거(唯才是擧)를 실천해야 한다. 유재시거는 '삼국지'에 나오는 사자성어로 '오직 실력만 보고 인재를 뽑는다'는 뜻이다. 이를테면 '흑묘백묘' 용인술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말대로 "인사가 만사(萬事)" 아닌가. 논설위원


박근혜 써 본 사람 또 중용


문재인 '캠코더' 인사로 난맥


尹은 '성골 검사' 시대 열어


李, 현장 중심·전문성 방점


'흑묘백묘' 용인술 바람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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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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